정치권은 이제 새정치 말할 자격 없다

2014.04.13 13:01:57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주 기초선거 무공천 당론을 철회하면서 6•4지방선거에 다시 공이 울렸다. 6·4 지방선거 '게임의 룰'이 비로소 확정됐기 때문이다. 제3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1라운드는 '안철수 신당추진기구'가 가세한 3자 구도였다. 2라운드는 야권 통합신당의 등장으로 여야 양자 구도였다. 3라운드는 여야 모두 기초공천 유지 환경에서 펼쳐지게 된다. 또 다른 변화의 4라운드가 또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새누리당과 새정연 모두 발 빠른 행보를 통해 3라운드 초반 기선을 잡겠다는 각오다. 새누리당은 야당보다 앞서 공천 작업을 진행해온 여세를 몰아 먼저 후보를 확정 짓고 있다.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충북에서도 지난주부터 후보선출을 시작해 이번 주 중 마무리할 태세다. 새정연은 기초공천 문제로 선거 준비가 상당히 뒤처졌다. 하지만 조만간 시도당별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 기초공천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자 신청을 받아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여야의 지방선거 구도는 분명했다. 새정연은 그동안 새누리당을 '거짓말 정치 세력'으로 규정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도 새정연을 '정치공학 구태 재현'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두려 했다. 하지만 양당 모두 기초 무공천 약속을 철회를 하면서 다를 게 없어졌다.

새누리당은 새정연이 '새 정치'라는 최대 명분을 버렸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새 정치는 죽었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새정연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한 대선 후보 세 분 가운데 유일하게 박 대통령만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새누리당이나 새정연이 만들어 나가는 선거구도가 옳지 않다고 판단한다. 양당 모두 변한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별 수 없는 놈이 별 수 없는 놈을 탓하는 꼴인 까닭이다. 우리의 정치권은 정치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될 때 터개 방법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대개 말로만 끝났다. 기초선거 무공천도 그 중 하나가 됐다. 따라서 양당 모두 새 정치니 낡은 정치니 하는 정쟁을 접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정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모적인 정쟁에 매달려 아까운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 자칫 또 소모적인 정쟁이 계속되면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 본래의 취지는 영영 실종되고 말 것이다. 양당은 오늘부터라도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없는지 세심히 살폈으면 한다.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한 약속을 다 뒤집어 놓고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또 줄 세운다면 정말 희망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양당 모두 새정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이제라도 정책과 인물로 정정 당당히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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