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죽음의 덫'감김·끼임 재해

2014.06.09 12:23:52

김남두

안전보건공단 충북지도원 교육문화팀장

산업현장에서 발생되는 재해형태를 보면 업종별로 조금씩 다르다.

제조업은 감김·끼임, 건설업은 추락, 서비스업은 미끄러짐 등의 재해 발생 빈도가 제일 높다. 사고의 특징은 업종특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감김·끼임 재해의 경우, 각종 기계·설비가 동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시간과 공간의 함정 '죽음의 덫'에 걸려 주로 발생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골에서 자랐던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 쥐덫을 보았을 것이다. 또 어떻게 쥐가 덫에 걸리게 되는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먹음직스런 고구마나 생선을 비워진 공간 덫에 보기 좋게 걸어놓고 쥐를 유혹한다. 먹이를 찾던 쥐는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덜커덕 낚아채는 순간 바로 황천길로 들어선다.

산업현장에도 쥐덫과 같은 매우 유사한 생산공정, 기계설비들이 많다.

어느 순간 텅 비워져 있던 공간이 또 어느 한순간에는 꽉 채워진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비워져 있던 순간부터 채워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 사이에 형성된 공간에 들어가거나 신체 일부를 넣고 작업을 하는 경우 쥐덫에 걸리는 것처럼 공간에 갇혀 감김·끼임 재해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왕복 운동하는 기계를 생각해보자.

프레스 슬라이드나 테이블 리프트가 상·하로 동작하고 각종 유압실린더가 전·후, 좌·우로 움직이면서 형성된 공간에 또는 자동화공정에서 하나의 공정에서 다음공정으로 진행되기 전 기계가 잠시 멈춰있는 대기시간(stand-by dead time) 동안에 잘못 투입된 소재를 수정하려들거나 떨어진 이물질을 꺼내려다가 신체 일부가 말려들거나 끼이게 되는 재해가 감김·끼임 재해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러한 감김·끼임 재해의 함정은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만들어짐으로써 발생되기도 하지만 많은 재해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발생한다.

시간의 함정은 기계의 동작속도(stroke)나 회전속도(RPM)가 느리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위험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속도가 느리다, 그 시간 내에 충분히 일을 마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근로자 스스로 하게 되는 순간 쥐가 덫의 먹이를 물 듯 감김·끼임 재해의 덫에 걸려들게 되는 것이다. 머릿속에 생각하는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위험도 의식하지 못한 채 회전중인 롤을 걸레로 닦고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가서 선별작업을 하고 운전 중인 기계설비 주변에서 청소·점검 작업을 거리낌 없이 하다가 감김·끼임 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김·끼임 재해의 예방대책은 너무나 자명하다.

첫 번째 '기계의 정비점검·보수 등의 작업 시 운전정지'라는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기계를 정비하고 점검하고 청소 등의 유사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기계의 운전을 정지한 상태에서만 작업해야한다. 그 기계설비가 동작속도가 빠르거나 느리거나 할 것 없이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두 번째는 함정이 만들어진 공간에 근로자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호울이나 방책을 설치하는 것이다. 더불어 방호울이나 방책이 제거될 때는 기계운전을 자동 정지되도록 인터록하거나 다른 공학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감김·끼임 재해사례를 근로자에게 제공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감김·끼임 재해가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를 공유하여 근로자 스스로가 내 일터에서의 위험을 보고 대응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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