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신랑들 ‘수줍은’ 신부들

청원군노인복지회관 황혼 결혼식 개최

2008.05.08 23:25:13

청원군노인복지회관이 8일 수십년의 결혼생활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노부부들에게 황혼결혼식을 마련해 행복한 추억을 선사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나는 평생 고생을 많이 해온 사람이고 자식도 먼저 보낸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8일 청원군노인복지회관이 마련한 황혼결혼식에 신랑으로 무대에 선 유철수(79·청원군 미원면) 할아버지는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떠오르는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미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살아온 노 부부들은 모두 감동에 빠졌으며 특히 연지곤지 대신 웨딩드레스와 신부화장을 한 할머니 신부들은 아직도 긴장한 듯 수줍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황혼결혼식은 수십년동안 결혼생활을 해오면서도 가정 형편 등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노부부들에게 면사포를 씌워주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부인들에게는 평생의 한을 풀어줌과 동시에 남편들에게는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청원군노인복지회관이 8일 수십년의 결혼생활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노부부들에게 황혼결혼식을 마련해 행복한 추억을 선사했다.

이날 황혼결혼식을 올린 유철수(75)·최옥선(75) 부부는 6.25사변 도중 만나 10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3명을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장성한 아들은 교통사고로, 50살이 됐던 딸은 10년전 암으로 숨지는 등 많은 고생 가운데 결혼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원익(80·청원군 남일면)·여희자(70) 부부의 경우 6.25당시 어깨와 허리에 총상을 입은 윤 할아버지가 어려운 형편 가운데 전처의 5남매를 친자식처럼 키운 아내 여 할머니를 위해 이 결혼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남다른 아내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윤장혁(74·청원군 미원면)·이필순(72) 부부도 10여년전 재혼했으나 가정형편 상 혼인신고만 하고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54세 된 아들이 중국인 며느리와 살면서 아직까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것이 쑥스럽고 미안하지만 아내를 위해 윤 할아버지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한 청원군노인복지회관 관장은 주례사를 통해 “젊은이들이 오늘의 결혼식을 보면서 결혼을 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 이미 결혼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은 남은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보람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상대가 내마음에 들기를 바라기 보다는 내가 상대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부부간의 마음이며 이를 통해 자신이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원군노인복지회관은 황혼결혼식과 가족노래자랑 등 2008 어버이날 효사랑 큰잔치를 마련해 노인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마련했다.


/ 김규철기자 qc2580@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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