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진료비수가, 누가 결정할 것인가

2014.06.01 18:21:04

장홍순

국민건강보험공단 청주동부지사장

지난 3월 이른바 의-정합의에 따라 정부와 의사협회는 건강보험 의사결정구조에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위원 구성 변경에 대해 합의를 했다.

건정심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조에 따라 건강보험료(보험료), 수가, 보험급여, 약가(치료재료 가격 포함) 등을 심의·의결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수입과 보험급지출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건정심의 구조개편 논의는 건강보험의 수입과 지출의 중요 의사결정구조(거버넌스) 개편에 관한 논의이며, '보험료와 수가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 건정심은 보건복지부차관을 위원장으로 가입자, 공급자, 공익대표 각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의-정합의에서 공무원 2명, 건강보험공단 및 심사평가원 추천 각 1명,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공익대표 8명을 가입자와 공급자(의약계) 동수로 추천하자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보험방식의 나라에서의 보험료 결정은 보험자로부터 시작되며, 보험료 결정 과정에 공급자(의약계)가 관여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수가는 주로 보험자대표와 공급자단체간 협상을 통해 합의하여 결정한다.

신의료기술 등의 보험급여 적용은 대부분 관련 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정부가 정하거나, 보험자가 정부의 승인을 받아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정심은 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로서 보험료 또는 수가를 올리거나, 보험급여 적용여부, 약가 등을 정하는 건강보험의 수입, 지출에 관한 핵심적인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아닌 건정심이 결정하고 있다.

의협이 건정심의 공익대표를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수입과 지출을 의협이 원하는 대로 결정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숨겨져 있다.

만약 의협의 의도대로 건정심이 구성된다면, 공급자(의약계)는 보험자와의 수가계약에 매달릴 필요가 없이 공급자의 영향력이 강해진 건정심에서 결정하도록 할 것이며, 보험료 수준도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수입과 지출의 결정 방식이 건강보험의 원리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외국의 사례처럼 보험료는 사회보험의 자율·자치 원리에 따라 가입자가 결정하고, 수가는 공급자와 보험자의 계약에 의해 정하도록 하며, 급여항목과 그 가격을 결정하는 보장성은 보험재정을 관리하는 보험자가 수입상황에 맞추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보험의 의사결정구조는 제도 운영 전반은 물론 향후 제도발전의 성패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사안으로 건강보험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은 건강보험의 이념과 정신, 지난 37년간의 변천과정, 외국의 사례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 개편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만들어 가야하는 책무는 건강보험을 관리하고 있는 보험자 뿐만 아니라 공급자 및 가입자 등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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