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의 횡포

2014.06.02 18:17:48

이창수

보은군 귀농귀촌계장

어느 고을에 탐욕스러운 현령(縣令)이 있었다.

처음 부임할 때는 정 많고 따뜻하며 깨끗한 사또 인 줄 알았는 데, 어느 시기부터 인가 육방 관속들을 슬슬 갈구기 시작하더니, 포악성이 심해져서 가학(苛虐)함이 정도를 넘어, 어느 관속(官屬)은 극도의 모멸감과 억울함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하여 잊지 못 할 큰 상처를 남기게도 하였다.

이렇게 충격요법을 구사(驅使)하면 눈치 빠른 관속들은 한 짐 싸서 바쳐 아부 하는 놈, 누가 보아도 천부당 만부당한 일인데 사또의 면전 에서는 "옳으십니다 요, 그러믄요 입죠, 당연히 그렇게 합죠."

갖 가지 요설로 아첨을 떠는 자가 수두룩 허더라. 이러한 학정(虐政) 에도 불구하고 저항의식을 갖고 양심에 반(反)하는 일이라면 행하지 않는 강직한 아전(衙前)들도 간혹 있게 마련인데, 사또의 눈에는 가시와 같은 존재 였으리라.

사또는 이러한 아전들을 보고 " 참으로 갑갑한 위인 이로구나! 능력되는 대로 성의껏 봉투 두툼하게 마련하여 갖고 오면 머리 쓰다 듬어 줄 것이고, 잘 챙겨 줄 터 인대 인생 피곤하게 사는 구나"라고 하면서 얼마나 조롱(嘲弄)하고 조소(嘲笑)하였을까.

사또는 삼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걸머 쥐고 있어서 공연히 생트집 잡아 곤장 몇 대 내리 치면 없는 죄도 만들 수 있거니와, 명분 없는 잔치를 벌여 놓고 쇠푼깨나 만지는 사람(큰 상인, 규모 있는 자영업자) 들에게는 코를 꿰어 자진해서 헌납하게 하고, 관속들 중에서 승진을 기대하고자 하는 자들은 알아서들 바칠 것이니, 이 보다 갈취 또는 착취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그 어디 있으리요!

그 당시 육방 관속들의 한결 같은 바램이 어느 사또가 부임하던지 상납 안 해도 되는 세상, 공정하게 처결하는 관아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서로들 탄식 하였으리라고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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