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112신고, 피해자는 우리 모두

2014.06.09 12:25:02

이광희

영동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장

경찰은 각종 범죄와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의 한 방법으로 112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112신고를 접수하여 현장 조치가 끝날 때 까지 지휘. 통제 역할을 담당하는 112신고 센터와 현장에 출동하여 범인을 검거하고 초동조치를 하는 112순찰차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신고 방법은 국번 없이 112나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신고를 하면 된다.

최근 건물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허위 신고해 소동을 일으킨 40대 남성이 경찰에 손해배상금 660만원을 물어주게 된 판결이 있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해 8월 14일 관악구 신림동의 한 스크린 경륜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112에 허위 신고한 정모(44) 씨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고 금년 5월22일 밝혔다.

당시 경찰은 폭발물처리반 9명을 비롯한 경찰관 31명과 탐지견 4마리 등을 동원해 건물 내외부를 2시간에 걸쳐 수색했지만 결국 술에 취한 정씨가 경륜장 출입을 제지당하자 홧김에 허위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서울남부지법에 경찰 1명당 20만∼40만원씩 99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액수를 다소 조정해 모두 66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5월22일부터 시행된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에 따르면 허위 신고자는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 구류에 처해질 수 있다.악의적·고의적인 신고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요즈음도 언론보도를 보면 허위 112신고로 경찰력이 총출동해 적게는 수십분에서 몇시간씩 대대적인 수색활동으로 경찰력을 낭비하고 허위신고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면서 민사소송까지 제기 당하는 내용을 접할 수 있다.

'함부로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교훈이 담긴 대표적인 이솝 우화로서 '양치기 소년과 늑대'라는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장난삼아 '늑대가 나타났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쳐 마을 사람들을 몇 번에 걸쳐 헛걸음치게 만든 양치기 소년은 정말 늑대가 나타났을 때에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서 결국 양들이 모두 늑대에게 잡혀 먹혔다는 이 우화를 인용한 것은 허위 112신고의 폐해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허위 신고 내용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부분의 허위 112신고는 어느 건물에 폭발물을 설치를 했다는 등 수많은 인원과 장비,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찰력의 출동을 요하는 것들도 많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112에 신고 접수된 1천911만4천115건 가운데 허위신고는 9천887건이었다.

이중에서 1천682건에 대해서는 형사입건과 벌금 등의 처분을 하고, 피해가 크고 악질적인 허위 신고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허위 112신고로 허비된 경찰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엄청난 금액에 이르며 이는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쓰이는 셈이며, 더 큰 문제는 허위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는 동안에 실제로 위험에 처한 주민들이 경찰의 도움을 제대로 제때에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건의 신고도 놓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현장으로 서둘러 달려가지만 허위 신고로 밝혀졌을 때 출동 경찰관이 느끼는 허탈감과 허비된 경찰력 그리고 정작 위험에 처한 주민이 받을 피해를 생각하면 허위 신고를 이대로 묵과할 수만은 없다. 허위 신고의 피해는 결국 선량한 주민과 우리 모두에게 돌아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허위신고에 대하여 강력하게 대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허위 신고를 줄이기 위해 허위 신고자에 대해서는 처벌도 강화하고 있다. 경미한 허위 신고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을 청구하되 단순 벌금 관행에서 벗어나 구류를 청구하지만, 악의적이거나 상습적으로 허위 신고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형법상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 등 형사 처벌을 원칙으로 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다. 근본적인 처방은 허위 신고가 주민의 고귀한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허위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항상 범죄와 사고에 노출되어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112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절실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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