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2014.06.03 15:32:21

김지선

음성 삼성중 교사

얼마 전 Zhao Yong Sheng(중국 사천외국어 대학교) 교수의 특강을 들었다. Zhao Yong 교수는 중국의 교육 전문가이면서 새로운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는 유명한 사람으로, 이 날 특강은 예비 교사들을 대상으로 현 교육의 문제점과 좋은 교사의 자질에 대한 것이었다.

Zhao Youg Sheng 교수는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 대해 언급하면서 중국, 싱가포르,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는 PISA 성적이 매우 높으며, 이 높은 성적으로 인해 최고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대부분의 국가들은 생각하고 있어, 다른 국가들이 이 교육 시스템을 모방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Zhao Youg Sheng 교수는 PISA 시험이 매우 파괴적인 힘을 지니고 있으며, 단기간 내 교육적 성과만을 중시하는 풍조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상부하달식 교육은 학생들에게 더 이상 교육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학생들의 창의성을 길러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너무 많은 숙제와 가르침에 짓눌려 있어, 그들의 자연스러운 창의성은 발휘될 수 없다고 했다. 진정한 교육은 학생들이 가진 고유의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배움 속에서 키워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반드시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수업 때 학생들의 재능(talent)을 발견해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빠른 시간 안에 정해진 학습 내용을 전달하기에 급급하여 학생들 개개인의 재능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내 자신을 많이 반성했다. 물론 정해진 수업 시간 안에 학생들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은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생들의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며, 교육의 최종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강의를 듣고 칼럼을 쓰던 중 한국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의 조건 정도가 경제개발기구(OECE) 가운데 6년째 최하위라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행복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초등학생은 '화목한 가정'을 1위로 꼽았지만, 중,고등생은 '성적향상'과 '돈'이 우선 순위에 놓여있음은 마음을 쓸쓸하게 했다. 결국 학생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열정, 희망 같은 것이 아니라 눈 앞에 보여지는 '성적표'와 물질 만능주의를 표방하는 '돈'인 것이다. 왠지 어른들의 잘못인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었다.

우리는 반드시 이런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PISA의 성적은 참가국들 중 상위권에 위치하여 다른 나라에서 앞다퉈 우리의 교육방법을 배워가려고 하는 상황이지만, 반대로 그런 교육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최하위라는 모순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한다.

이런 모순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서 시행하는 것 보다는 지금 학생들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많은 제도들을 되짚어 보고, 과연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다.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부를 뛰어넘어 문제를 창조해 내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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