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걸음에 아홉 차례를 뒤돌아 보다", 단양 단구협

2014.06.10 13:36:06

조혁연 대기자

조선시대 단양, 청풍, 영춘, 제천 등 4개 군현의 산수는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는 뜻에서 '사군산수'(四郡山水)로 불렸다. 비교적 풍부한 수량과 기이한 석벽 그리고 계곡·강 주변의 반석 등이 수려한 자연경관을 만들고 있다. 불우했지만 자족(自足)의 마음으로 살았던 이중환도 택리지에서 '사군산수'를 비교적 자세히 서술했다.

'영춘·단양·청풍·제천 네 고을은 비록 충청도 지역이지만 사실은 한강 상류에 위치하였다. 두메 가운데 강을 따라 석벽과 반석이 많다. 그 중에도 단양이 첫째로 고을이 모두 만첩산중에 있다. 10리 되는 들판은 없으나 강과 시내, 바위와 골(동굴 지칭)의 훌륭한 경치가 있다.'-<택리지 복거총론>

문헌상 '사군산수'라는 표현은 이안눌의 '유구담'에 처음 등장한다.

문헌상 '사군산수'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인물은 이안눌(李安訥·1571-1637)이었다. 그는 1602년 충청도 경시관(京試官·일종의 시험 감독관)으로 부임했을 때 단양의 구담, 도담 등을 유람한 후 '사군산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의역하면 이렇다.

'사군은 산수의 본향이다. 그중에 구담의 경치가 최고인데 모나게 우뚝선 옥순봉과는 급하고 가파르게 달려 서로 잇닿아 있다. 그 아래로는 흐르는 물이 돌아나가고 거센 여울 맑으니 또한 옥이로다.'-<동악선생집 중 '호서록'>

필자의 어설픈 의역이기 때문에 원문을 실으면 다음과 같다. '四郡山水鄕。龜潭境最勝。矗立玉筍峯。奔山+肖相連亘。淙流匯其底。激湍淸且瑩.'

단양의 풍광은 종종 다섯 개의 바위와 두 개의 못이라는 뜻인 '오암이담'(五岩二潭)으로도 표현됐다. 문헌상 이 표현은 심낙수(沈樂洙·1739∼1799)라는 인물이 처음 사용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海山은 금강산이고 江山은 '사군'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껏 강산에 가보지 못했지만 혼자서 사군의 단양을 여행했다. 그런데 단양이 사군에서 (경치가) 으뜸이었다. 五岩으로는 사인암, 운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있고 二潭으로는 구담과 도담이 있다.'-<은파산고 중 '유단구기'>

이어지는 문장은 '강은 오대산에서 시작되어 소백산으로부터 수 백리를 거치면서 신비로움을 모아 단양의 '오암이담'에서 모두 하나의 경관이 되었는데 이것은 마치 三峽(삼협)의 빼어난 경치가 荊門(형문)에서 꽃핀 것과 같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사군산수'에 대한 인문지리적인 이론 정립은 보다 이른 시기부터 시작됐고, 이를 처음 시도한 인물은 김종직 제자인 김일손(金馹孫·1464∼1498)이었다.

단양 풍광의 별칭으로 '단구협'(丹丘峽)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 이때의 '단구'는 신선이 사는 곳, '협'은 협곡을 의미한다. 지금의 장회나루와 그 건너편의 구담봉이 시작 지점이 된다.

이 표현을 가장 먼저 사용한 인물이 바로 김일손이다. 그는 자신이 지은 '이요루기'(二樂樓記)에서 단구협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그 앞에서 말을 멈추었을 때 시내와 안개에 길이 아득하여 도끼자루를 썩일 듯한 생각이 떠오르곤 하였다. 이러한 절경으로서 아무런 이름이 없음을 애석하게 여겨서 비로소 단구협(丹丘峽)이라 이름하였다.(…)10리를 가면 산협이 끝나는데 마치 아름다운 아가씨와 헤어지는 듯이 열 걸음에 아홉 차례나 돌아보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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