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손에 쥔 그 순간의 매혹

2014.06.18 10:43:57

2008년 겨울, 카메라를 생일선물로 받았다. 함께 쇼핑을 갔던 내 친구는 내가 디지털카메라 앞에서 두 눈을 반짝이던 모습을 보고 카메라를 생일선물로 미리 점찍어 두었다고 했다. 늘 내 마음 안에 있었지만 쉽게 시작할 수 없었던 사진, 그렇게 나의 사진생활이 시작되었다.

청주에도 디지털카메라 동호회가 있었다. 한 달에 한번은 회원들이 모여 버스를 타고 사진명소로 출사를 나가 찍은 사진을 올리고 간단히 감상평도 달았다. 낯설기만 하던 카메라가 사용법을 점점 익혀나가니 참 재밌고, 잘 찍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사진 입문서를 읽고 공부하며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 사진을 배워나갔다.

그러다가 필름 카메라를 알게 되었는데 뷰파인더로 세상을 맘껏 관찰하며 해방감을 느꼈고, 빛을 측정해주는 노출계로 다양한 빛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아날로그 카메라는 나에게 자유와 여유를 알려 주었고, 또한 자주 다니던 사진관에서 지금의 사진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어디를 가든 나는 카메라와 함께였다. 회사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늘 카메라를 목에 걸고 동료들과 함께 한 즐거운 추억들을 담았다. 사진을 찍고 또 찍히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홍보업무 담당자가 되었다.

회사의 홍보업무를 위해서는 촬영부터 사진 보정, 그리고 출력까지 단 5분이면 해결되는 디지털 카메라가 필수였다. 필요할 때 누르면 바로 찍히는 것과 빠른 속도, 선명한 이미지는 디지털 방식의 큰 장점이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든 내게 모두 집중하는 것이 무척 어색했지만 사진 촬영 컷 수가 많아질수록 나의 자신감도 커져가면서 어느 덧 큰 목소리로 '하나, 둘, 셋!'을 외치게 되었다.

내 곁에는 긴 시간을 함께 한 사진 친구들이 있는데, 가끔은 업무로서의 사진 촬영에 지친 내게 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그들과 함께 사진에 관한 많은 것들을 공유하던 중, 한 멤버가 우리가 찍은 일상의 단편들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사진 책을 발행하자며 제안을 했고 우리는 모두 동의하였다.

나는 사진 책에 넣을 사진을 고르기 위해 예전 사진들을 꺼내보았다. 발길 닿는 대로 골목길을 누비며 찍은 소박한 사진들, 무엇인가에 홀린 듯 그 몰입 안에서 집중으로 찍은 기억이 또렷한 사진들. 사진은 내게 딱히 뭐라 정의내릴 수 없는 어떤 약속이며, 어떤 꿈이며 삶이었다. 그리고 스페인 세비야의 파란 하늘 아래 유유히 걷는 핑크색 스커트를 입은 여인의 사진을 갖고 싶어 했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지난 금요일, 가깝게 지내는 그녀에게 사진을 선물했다. 그날 저녁, 내 사진을 보면서 '힐링'하고 있다는 반가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나누었고, 앞으로의 사진생활에 도움이 될 더 큰 힘을 얻었다. 지금 이라도 우리가 하고 있는 아주 익숙한 것들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탬이 될 만한 것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오늘도 사진을 찍는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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