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빗이끼벌레'에 관한 오해와 진실

2014.07.14 17:40:15

김진수

K-water 충청지역본부장

최근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더불어 언론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큰빗이끼벌레가 아닐까 한다. 태형동물의 일종인 큰빗이끼벌레는 6월 18일 금강유역 발생보도 이래 낙동강 한강 등지에서 계속 발생보도가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는 "큰빗이끼벌레 창궐", "물속 생태계 악영향" 등 자극적인 기사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4대강 사업과 연관시켜 큰빗이끼벌레의 발생이 4대강사업이 불러온 비극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 보다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접근으로 진실들이 왜곡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진실을 알아보자. 문헌에 따르면 큰빗이끼벌레는 약 5억년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왔으며 전체의 99.6%가 물로 이뤄져 있다. 다 자란 개체는 약 1㎜ 정도의 크기로 여러 마리가 군체를 이루어 크게는 50㎝까지 자라나기도 한다.

원산지는 북미로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초반에 양식을 위한 외래어종 수입 시 함께 딸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사실은 과거의 기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어 일부에서 주장하듯 4대강사업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만약 4대강 사업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면 사업 준공시점인 2012년과 2013년에는 발생하지 않고 유독 올해만 발생한 것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올해 발생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는 올 들어 유난히 적은 강수량으로 인해 유속이 저하되고, 폭염에 의한 수온상승으로 큰빗이끼벌레가 군체로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 졌다고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설명이다.

큰빗이끼벌레에 의한 수질오염이나 생태계 악영향의 경우도 사실과는 다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이끼벌레가 분포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도 이 동물에 의한 구체적인 피해 사례 보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큰빗이끼벌레는 1~3급수의 물에서 서식하고, 오염이 심한 물에서는 죽어버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끼벌레의 발생이 수질오염의 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끼벌레가 수질을 정화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수질오염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독성물질을 배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재 학계 등에 보고된 바로는 큰빗이끼벌레가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다. 이끼벌레가 사멸하면서 암모니아를 발생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자연상태에서 생물이 사멸할때 체내의 단백질이 분해되는 일반적인 과정일 뿐이다.

더욱이 큰빗이끼벌레는 대부분이 물로 구성돼 있어 다른 생물이 분해될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암모니아를 발생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아마도 봄철 흔히 볼 수 있는 개구리알 군체와 같은 외형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그 외형이 아무리 불쾌하다한들 큰빗이끼벌레는 자연생태계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하나이다. 비록 외래종이라고는 하나 이미 국내에 들어온지 20년 이상 되어, 우리나라의 생태계에 적응한 생물종 중 하나가 됐다.

따라서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자극적인 접근 보다는 좀 더 과학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큰빗이끼벌레에 관한 체계적인 생태 연구를 통해 정말 유해한지, 그리고 생태계의 교란종인지에 대해 명확히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그 결과를 근거로 적절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은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는 좀더 성숙한 시선으로 사실을 확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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