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강이 그립구나", 괴강생활 처음에는 부적응

2014.07.24 17:49:55

조혁연 대기자

김득신의 문집인 백곡집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만날 수 있다.

'괴강에 머문 지 4년이 넘는데, 철에 따라 경물로 시를 지으니 시주머니가 넉넉하네'(槐江泥滯四年强 時物供詩富錦囊).

'명성을 다투고 이익을 탐함은 내 일이 아니니, 괴강에 돌아가 모래밭에 앉아 낚시질하리'(爭名貪利非吾事 歸去槐江坐釣沙).

그는 취묵당 주변의 괴강가 일대를 철따라 다양하게 시의 소재를 얻을 수 있는 공간, 명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편히 할 수 있는 곳 등으로 표현했다.

다음 시도 백곡이 괴강가를 봄날의 흥취에 마음껏 젖을 수 있는 곳, 또 뒷산이 되는 개향산을 빼어난 명승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괴협에 봄기운이 돌아 홀로 돌아오니, 시골 흥취가 느긋하여 막을 수 없네'(春生槐峽獨歸來 野興悠悠不可哉).

'꿈 속의 넋이 또한 개향산의 빼어남을 알아, 울긋불긋한 벼량을 밤마다 올라가네'(夢魂亦識香山勝 翠壁丹厓夜登).

그러나 김득신이 처음부터 괴강가 일대를 마음의 안주처로 흡족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괴강가의 취묵당 모습.

취묵당과 초당을 지어 은거를 시작한 뒤에도 벼슬길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끊어버리지 못했음이 그의 시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출처는 모두 백곡집이다.

'이 몸이 어찌하면 진성으로 갈 수 있을까. 북쪽으로 흘러가는 저 긴 강을 부러워하네'(此身安得秦城去 羨彼長江向北流).

'육신은 일월에 괴협에 머무는데, 꿈속의 넋은 삼경에 한양에 이르네'(形骸一月留槐峽 夢魂三更到漢陽).

'몸은 괴강의 골짜기에 있는데, 넋은 낙수의 다리로 돌아가네'(身在槐江峽 魂歸洛水橋).

인용문 중 진성(秦城)과 낙수( 洛水)는 각각 만리장성과 중국의 강이름을 뜻하나, 여기서는 한양을 일컫고 있다. 백곡은 이들 칠언과 오언절구에서 △자신은 한양을 못가는데 괴강은 그리로 흘러가고 있고 △자신의 몸은 괴산에 머무는데 꿈과 넋은 한양을 찾아가고 있음을 부러워하고 있다.

백곡은 이런 단계를 거친 후에야 차츰 괴강가 생활에 적응하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회복하게 된다. 그는 그런 심리를 역시 시문장으로 남겼다. 출처는 전자와 같은 백곡집이다.

'긴 밤에 어찌하면 객수를 위로할 수 있는가? / 다만 머리를 감춘 외로운 촛불이 빛남을 보네. / 이 몸이 지체되어 돌아갈 날이 멀으니 / 꿈 속에 괴강에 돌아가서 흰 갈매기로 변하네.'

위 시는 '여관의 창에서 짓다'(題旅窓)이고, 다음 시의 시제는 '취묵당에서 우연히 읊다'(醉默堂偶吟)이다.

'물 빛깔은 갠 뒤에 곱고 / 산 경치는 빗속에 기이하네 / 진실을 따지기 참으로 쉽지 않지만 / 내 어찌 시짓기를 그만두랴.'

김득신은 이 시에서 비 갠 뒤에 물빛깔이 더 좋게 보이고 산경치가 기이하게 보이나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김득신은 그런 것을 모른다고 시짓기를 멈출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달관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득신이 괴산으로의 낙향생활에 자족감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때 쯤이었다. 이때의 비갠 뒤 물빛깔은 괴강을, 산경치는 취묵당의 뒷산인 개향산을 지칭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