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추천하는 책 -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2014.09.04 19:24:38

책은 도끼다

ⓒ박웅현
얼마 전 광고기획가 박웅현의 동영상을 봤다.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하늘빛 자켓에 하얀 바지, 맨발에 신은 단화, 귀고리를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직장인임에도 통통 튀는 외모와 깊이 있는 독서는 그를 능력 있는 스타 광고기획가로 만들었다.

이 책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저자인 박웅현이 고등학생인 딸에게 들려주는 인문학 책읽기다. 광고인인 그의 독서법은 다독보다는 정독이다. 많은 책을 읽기 보다는 한권의 책을 제대로 읽는다. 책에 밑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메모를 하며, 다 읽고 난 후에는 가슴에 와 닿는 글을 노트에 옮겨 적는다고 하니 책읽기에 공들이는 정성과 노력이 대단하다. 그동안 열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기, 대충 훑어보기 등 조바심 속에 진행된 내 안의 독서법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허둥지둥한 독서는 책을 덮고 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책 읽었다는 위안으로 삼았다니.....

"이제 저에게 울림을 주었던 책들을 말씀드릴 겁니다. 제가 김훈을 왜 좋아하는지, 알랭 드 보통에 왜 빠지는지, 고은의 시가 왜 황홀한지, 실존주의 성향이 짙은 지중해풍의 김화영,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에 왜 전율하는지요. 그리고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시간'이라는 시련을 견뎌낸 고전들의 훌륭함에 대해 이야기할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훈을 그도 좋아하니 공감대가 형성되는 느낌이다. 그 외에도 알랭 드 보통, 고은, 오스카 와일드, 김화영,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밀란 쿤데라, 법정스님의 다양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가 감동 받았던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옆에서 읽어주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광고인이라 고객에게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출중한 걸까· 읽는 내내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것처럼 따뜻했다. 깊이 있는 책읽기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수반되는 그의 일과 깊은 연결고리가 되고, 가치 있는 삶으로 나아간다.

책 속에 숨어있는 보석들을 찾아내는 힘을 그는 갖고 있다. 책에서 만난 좋은 글들은 그의 노트에 차곡차곡 쌓인다. "맞아 이 글 참 좋았어" 하는 감탄을 연발하면서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좋은 점으로 강조하는 인성과 창의력 신장이라는 명쾌한 답을 그는 보여준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이 책을 만나서 참으로 감사하다. 책 읽기가 부담스러운 어른,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고민스러운 청소년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올 가을에는 박웅현이 소개한 '그리스인 조르바', '안나 카레니나', '이방인'을 찬찬히 읽어보며 가을의 스산함과 까슬함을 견뎌내야겠다. 때로는 조르바처럼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우 청주흥덕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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