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사서가 추천하는 책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서원도서관 김주란 사서

  • 웹출고시간2014.10.26 19:02:09
  • 최종수정2014.10.26 19:02:09
언제부턴가 새 책을 사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되는데, 이것도 확장보다는 수렴을 지향하는 노화의 한 현상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최근 새롭게 단장하여 재출간 되었다. 이 책은 독서의 길로 인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나의 비장의 콜렉션 중 하나이다. 쉽게 쓰여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어떤 독자가 읽더라도 감성을 두드리는 보편적인 감동이 있으며, 세상을 보는 시선을 따뜻한 것으로 수정할 수 있는 은근한 힘 또한 이 책이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은 책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감동했다는 찬사를 받는 것으로 검증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목은 'The Education Of Little Tree'이다. 누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이라는 한국어판 제목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탁월한 작명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읽지 못한 독자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분명 이 생각에 공감할 것이다.

책의 내용은 고아가 된 어린 주인공 '작은 나무'가 체로키인디언인 조부모와 함께 산 속에서 살게 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디언들의 소박하고 진실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작가 포리스트 카터의 어린 시절 실제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화법도 어린 '작은 나무'의 시선으로 쓰여 지고 있어 더욱 진실하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칠면조 사냥을 마친 할아버지는 '슬퍼하지 마라. 작은 나무야.... 이게 자연의 이치라는 거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래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라고 말하며, 생명의 순환을 알려주기도 하고,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말로는 갈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 것이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라고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도 한다. 이처럼 읽는 내내 자연에서 꼭 필요한 만큼만 취하면서도 밝고 아름답게 살아간 체로키족의 삶의 방식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당시 미국 백인문명이 빚어내는 위선과 잔혹성과 대비를 이루며 우리의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 모든 것이 풍요롭지만 늘 부족하고 불안한 현대인의 삶. 풍요속의 빈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가·

특히, 놀라운 것은 모든 자연물에 정령이 있다고 믿으며, 나무하나 벌레하나와도 서로를 느끼고, 대화할 수 있는 인디언의 교감능력이다. 나무들은 슬프게 산을 내려가는 '작은 나무'를 말리듯이 가지를 스친다. 또, 고아원에서 늑대별을 바라보며 집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가슴으로 말하는 '작은나무'의 말을 멀리멀리 가족들에게 전달한다. 달을 보고 계절의 미묘한 변화를 가늠해 씨앗을 심기도하고, 위기에 처한 나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나무들은 그런 인간들을 고마워한다. 나는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터무니없다고 생각지 않는다. 인간이 자연 속에서 인간중심이 아닌 만물과 동등하게 살아간다면 인간은 얼마든지 인간외 모든 생명들과 교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 원시공동체로 살아갈 때 그랬던 것처럼.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려고 탐욕을 부리면서 점점 자연과 멀어져갔고, 교감능력은 사라졌다. 인간은 이제 인간외 어떤 존재와도 대화할 수 없게 되었고, 아니 인간끼리도 점점 그 능력은 작아져 가고 있다.

이 책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곁들인 주옥같은 지혜의 말들이 가득하다. 더구나 그것은 많이 공부하신 분들의 현학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자신의 삶속에 그대로 녹아든 생활 속의 지혜이기 때문에 더욱 깊이 와 닿는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사랑할 수 없다', '사람에게는 육신을 꾸려가는 몸의 마음보다 더 중요한 영혼의 마음이 있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등과 같은 인디언의 지혜는 깊은 울림을 준다. 돈과 속도를 숭상하는 산업혁명이후의 자본주의 사회는 분명 그전의 사람들보다 그리고, 자연속의 인디언부족의 삶보다 인격적인 성숙면에서 미성숙하다. 턱없이 분주한 생활이 경제적인 풍요로움은 가져왔지만 인간의 성숙은 오히려 퇴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첨단 문명의 시대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 책으로 성숙한 가을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