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슬고슬한 밥에 얹혀진 연근 몇 조각이 수레바퀴처럼 둥글다. 그 주위로 눈처럼 퍼진 흰쌀밥과의 조화가 빛난다. 화선지를 닮은 도자 위에 내온 표고연근밥이 정갈하다. 햇살 가득한 산사 뒤뜰에 소담지게 펼치니 지나던 스님이 자꾸만 곁눈질을 한다.
△ 표고연근밥
-재료 : 연근, 쌀, 표고버섯, 양념장 (간장, 고춧가루, 청고추, 참깨, 들기름)
1. 쌀을 씻어 불려 놓고, 연근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놓는다. 표고버섯은 곱게 채 썬다.
2.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불려놓은 쌀과 연근, 표고버섯을 넣고 볶는다.
3. 충분히 볶아지면 물을 알맞게 넣어 밥을 짓는다.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과 양념장을 함께 낸다.
자디잔 열매 같은 알갱이로 푸르게 풍성한 브로콜리는 숲이다. 그 위에 뿌려진 참깨는 가을날 노란 단풍잎을 닮았다. 그것도 숲에 쏟아지는 노란 은행잎이 연상되는'브로콜리된장무침'이다. 노르스름한 된장은 각연사 뒤뜰에 있는 독에서 퍼왔다. 그래서 그런지 맛이 더욱 깊다. 브로콜리의 밋밋한 느낌을 뭉근한 된장 맛이 잡아주고 참깨의 향으로 풍미가 돋우어진다.
△ 브로콜리된장무침
-재료 : 브로콜리, 양념장(된장, 참깨, 효소)
1. 브로콜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다.
2. 된장, 참깨, 효소를 갈아 양념장을 만든다.
3. 데쳐놓은 브로콜리를 양념장에 버무린다.
구멍 난 연근은 울림통, 목이버섯은 현이며 붉고 파란 파프리카는 활줄이다. 흔히 사찰음식은 무미건조하다고 한다. 담백해 건강에는 좋지만 맛은 '글쎄'라고 의문부호를 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사찰음식을 다양하게 접해보지 않은 선입견이다.'목이버섯야채볶음'은 입 안에서 퍼지는 소리와 향의 조화로운 연주다. 목이버섯의 부드러움과 연근의 아삭함이 조화를 이룬다. 현을 튕기듯 파프리카의 맛이 청량감을 더한다.
△ 목이버섯야채볶음
-재료 : 목이버섯, 연근, 파프리카(청·홍), 간장, 조청, 들기름, 참기름, 통깨, 매실청
1. 목이버섯과 연근을 각각 끓는 물에 데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놓는다. 파프리카는 채 썬다.
2. 목이버섯과 연근을 들기름에 충분히 볶다가 파프리카, 간장, 조청, 매실청을 넣고 조린다.
3.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마무리 한다.
얼핏 보니 잘 구워진'꽁치구이'같다. 등 푸른 생선이 건강에 좋듯, 꽁치 닮은 보랏빛 가지의 영양도 그에 못지않다. 김 오른 찜통에 살짝 찐 가지에 간장, 고춧가루, 생강즙, 참기름, 통깨를 넣은 양념장을 올리니 군침이 절로 돈다. 특히 가지의 파이토케미컬 성분은 암을 예방하는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 가지양념구이
-재료 : 가지, 청·홍 고추, 간장, 고춧가루, 통깨, 참기름, 생강즙, 식용유
1. 가지를 씻어 반으로 가른 다음 김이 오른 찜통에 넣어 살짝 찐다.
2. 찐 가지가 식은 뒤 물기를 살짝 짜고 넓적하게 펴준다.
3. 간장에 고춧가루, 생강즙, 참기름, 통깨를 넣어 구이 양념장을 만든다.
4. 넓게 편 가지 안쪽에 양념장을 바른 후 잘 달군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양념이 묻지 않은 쪽부터 굽고 뒤집어 살짝 굽는다.
5. 팬에서 꺼낸 후 다시 한 번 양념장을 바르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물이 배어들면 목이버섯은 묵처럼 흐물흐물해져 부담없이 집어먹을 수 있다. 아교질의 반투명이라 식감도 좋다. 동의보감에'맛이 달며 독이 없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러 종류의 장아찌는 먹어봤지만, 목이버섯 장아찌는 처음이다. 입안에서 은은한 저녁향이 감돈다고 해서'석향(夕香)'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그런지 한입 베어 물면, 산사의 노을이 눈앞에 펼쳐질 것 같다.
△ 목이버섯장아찌
-재료 : 목이버섯, 집간장, 다시마, 마른고추, 청주, 설탕, 매실청(식초)
1. 목이버섯을 한 시간 정도 불린 후, 깨끗이 손질해 물기를 없앤다.
2. 집간장, 다시마, 마른고추를 넣고 채수물을 끓인다.
3. 뜨거운 채수물에 청주, 매실청(식초)을 1:1 비율로 넣고 손질해둔 목이버섯에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