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품격마저 훼손한 김 총장의 막말

2014.09.16 15:26:19

김윤배 청주대 총장 공식회의 석상 막말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파문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급기야 김 총장의 사퇴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청주대 구성원들은 엊그제 김 총장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에는 "정원 못 채우면 폐과하고 교수 잘라야" 등 총장으로서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이 많다. 한 마디로 김 총장의 막말과 욕설은 총장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청주대 교수회는 곧바로 "어떻게 대학 총장이 글로 옮길 수 없는 욕설을 반복해서 내뱉을 수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제 학교 정상화를 위해 김 총장은 한시바삐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깨닫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잣거리 욕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래도 예전엔 얼굴을 맞대야 욕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이나 각종 SNS 덕에 만인이 만인에게 욕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포털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에는 시시각각 욕설과 막말이 넘쳐난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무한 업로드가 가능한 욕설의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아무나 욕을 해선 안 된다. 욕을 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총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되레 대학총장의 말엔 품격이 있어야 한다. 무릎을 치게 할 정도의 통찰력이나 감각을 보여준다면 더욱 좋다. 품격 있는 말은 대학총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게 하는 기본 조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말의 품격은 잘 듣는 데서 출발한다. 잘 듣는 자세는 좋은 토론문화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제대로 된 토론을 해본 적이 없으면 제대로 듣기 어렵다. 말문이 막히면 대뜸 욕설부터 내뱉기 일쑤다. 청주대 김 총장의 큰소리와 막말, 욕설도 같은 유형처럼 보인다.

녹음파일을 듣다보면 회의 내내 김 총장의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김 총장의 말은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말의 폭력성을 절감하게 했다. 어떻게 저런 말들만 골라 쓰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마치 1970년대 북한을 상대로 주로 썼던 '때려잡자 공산당'이니 '초전박살'이니 하는 문구를 떠오르게 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증오가 실려 있다.

상대방에 대한 막말은 뿌리 깊은 분노의 정서와 적대감의 표출이다. 그런 정서와 시각을 바탕에 깔고 있는 대학총장에게 제대로 된 대학경영을 기대하긴 어렵다. 청주대 회의석상에서 오간 막말은 곧바로 그 회의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언어 품격은 곧 사회의 품격이고 내 품격이다. 대학총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그 대학 수준의 척도다. 따라서 김 총장의 막말은 곧 청주대의 수준 낮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동문들이 분노하고 재학생들이 흥분하는 까닭도 여기 있다.

우리는 김 총장이 스스로 뱉어낸 시궁창 언어를 한 번 들어봤으면 한다. 그리고 말이 곧 사람의 품격이고 문화 수준인 까닭을 알았으면 한다. 학교 구성원들의 퇴진 요구가 왜 그리 큰지도 함께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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