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에 합리적 사고를 요구한다

2014.09.21 14:59:42

충북도의회 여야 공방이 사안마다 '핑퐁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야의 입장엔 아직까지 전혀 변화가 없다. 새누리당이 의견을 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거절한다. 마찬가지로 새정연이 제안하면 새누리 역시 거절한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를 일이다. 도민들 눈엔 그저 '반쪽 의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비겁한 행동일 뿐이다.

충북도의회는 개원 이래 벌써 세 달째 파열음을 내고 있다.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다툼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한 마디로 밥그릇을 놓고 벌인 이전투구다. 아직도 요구하는 쪽과 상대 쪽의 대치가 첨예하다. 완충지대가 전혀 없어 보인다.

최근엔 새정연이 원내 교섭단체 도입 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새누리는 교섭단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즉답을 회피했다. 우선 원내 복귀부터 하라고 새정연에 요구했다. 새정연의 교섭단체 도입 제안에 대해 역으로 선 원내복귀를 제안했다. 총론에 동의하면서도 각론에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셈이다.

양 당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어 보인다. 지금 충북도의회에서 새누리당은 절대 다수당이다. 새정연의 도움 없이도 의사진행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반면 새정연은 소수당이다. 새누리의 도움 없인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각자 처한 상황은 이렇게 확연하게 다르다. 그러다 보니 원내 교섭단체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내 교섭단체의 도입 취지는 일당독주로 인한 도의회 파행과 독선을 막자는 게 가장 큰 명분이다. 따라서 이 조례를 만들면 소수당인 새정연이 의회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새누리와 협의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같은 사안을 놓고 새누리와 새정연이 받아들이는 입장이 크게 다르다.

더 중요한 것은 원내 교섭단체의 가치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은 주민 참여권의 또 다른 형태다.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일단 여야 협의정치가 가능하다. 물론 막강한 힘을 가진 상임위원장단은 힘을 잃게 된다. 여야 원내대표와 간사에 힘이 쏠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방의회에서 다수당의 독당체제를 위한 원 구성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강경파 몇 명의 주장이 전체 의견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본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악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충북도의회 상황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반영돼 생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충북도의회는 민의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역할을 최고 덕목으로 인정하며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소수당은 다수당과 소통하고 대화를 통해 원 구성에 합의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경파보단 합리성을 갖춘 온건파나 중도파의 구원 등판이 필요해 보인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여야가 서로 파트너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면 못할 게 없다.

끝으로 '불통의회' '반쪽의회'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통렬한 고민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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