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청주시 100일 평가: 모호한 비전과 시정 방향

2014.10.01 17:50:11

정상호

서원대학교 교수

민선자치 6기와 통합 청주시가 출범한지도 벌써 3개월이 흘렀다. 채 석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승훈 통합청주시장 체제의 공과를 논의하는 것은 성급한 처사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출범 100일을 맞아 정책 각론의 세세한 공과가 아니라 지난 선거에서 약속하였던 주요 공약의 이행과 시정의 핵심 방향을 점검하는 것은 주민의 권리이자 시민의 책무이다.

통합청주시의 초대 수장으로 선출된 이승훈 시장은 '일등 경제, 으뜸 청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풍요로운 지역경제' 등 5대 시정목표를 설정하였다. 또한 금년도 시장운영의 방향을 '100만 통합시민, 행복시대'를 제시하였고, 이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잘 사는 경제도시', '희망이 넘쳐나는 복지도시', '미래를 여는 교육·문화도시', '맑고 쾌적한 청정도시', '안전하고 균형 잡힌 상생도시', '300만 그린광역권의 핵심도시' 등을 6대 핵심 과제로 설정하였다.

이승훈 통합시장 체제의 시정 방향과 비전에서 나타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이는 '일등 경제'라는 슬로건과 '경제도시'라는 핵심 과제에서 잘 드러나 있다. 눈에 띠는 또 다른 특징은 경제와 더불어 복지, 교육, 문화, 안전, 청정 등 종합적인 시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판단에 따르면, 시민들은 아직 통합 청주시의 비전과 실천에 대해 별로 체감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언제 닥칠지 모를 지방재정의 위기 속에서 일자리와 소득 등 경제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더구나 광역도 아닌 기초단체가 가장 책임지기 어려운 과제가 경제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창출이나 대기업의 유치, 유망한 산업단지의 조성 등은 시장의 의욕만으로 이룰 수 있는 단위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것은 충청북도와 청주시, 주민과 기업이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 가능한 사업이다. 오히려 눈여겨 볼 것은 세종시의 경제적 효과가 청주가 아닌 대전과 천안으로 계속 편중되고 있는 우울한 현실이다. 세종시와의 광역교통연계망 구축, 청주시의 문화ㆍ서비스 인프라 개선 등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훨씬 급하다.

자치단체의 시정이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종합행정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문화든 역사든 금융이든 환경이든 그 도시만의 개성과 특성을 갖고 있다. 그것이 바로 도시의 경쟁력이자 시장의 리더십이다. 필자는 지난 해 '충북참여자치연대'와 함께 '민선5기 청주시장 평가'(2013.6)를 수행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점은 전임 시장의 지지 여부나 성별·세대와 관계없이 '녹색수도 청주'에 대한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었다는 점이다. '녹색 수도'에 대한 공감 의견이 비판 의견을 세 배나 앞섰고, 70%의 응답자들이 '녹색 수도'의 지향성으로 '지속가능한 생태'와 '균형 잡힌 도시개발'을 제시하였다.

그렇다. 취임 100일을 맞아 곱씹어 봐야할 중요한 문제가 아직도 모호한 통합 청주시의 비전이다. 통합 청주시는 '경제도시'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은 창원이나 천안과 같은 경제력 중심의 산업도시의 위상을 갖고 있지 못하다. 대학의 혹독한 구조조정과 더불어 전통적 교육도시의 위상도, 친환경 생태에 근간한 '녹색도시'도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은 이를 대체할 통합 청주시의 미래 비전과 방향을 설정하고 있지 못하다. 지난해 설문조사를 다시 살펴보니, 전임 시장의 부문별 정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리더십에 대해서는 모른다거나 '자유분방한 리더십'이라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종합하면 '비전'은 그럴싸하나 이를 실현할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당시 다수 주민의 의견이었던 것 같다. 다소 이르지만 통합청주시정 100일을 평가하라면 '추진력은 아직 모르겠지만 비전은 여전히 모호하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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