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다리

2014.10.05 14:48:22

김경수

시조시인

강 건너 푸른 초원이 있었다. 초원은 양들이 좋아하는 먹이도 많고 뛰어 놀기도 정말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개가 동물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지 않을래?"

동물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개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다리를 놓을 수 있니?"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왕이 되면 할 수 있어"

개가 말했다. "왕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아?"

개는 멍하니 강을 바라보다 깜박 잠이 들었다.

하늘이 다시 나타나 개에게 말했다. "내가 다리를 놓아주면 무엇이든 너도 약속을 지킬 수 있니?"

개가 대답했다. "그럼 무엇이든 지킬 수 있어"

곧바로 어디선가 동물들이 몰려와 다리를 짓고 있었다.

개가 동물들에게 말했다. "너네들 어디서 왔니?"

동물들이 대답했다. "하늘이 보내서 왔어"

개가 말했다. "뭐! 하늘?"

동물들이 대답했다.

"하늘이 다리를 놓아주면 우리들의 소원도 들어준댔어"

개가 하늘에게 말했다. "하늘아, 고마워"

하늘이 대답했다. "잊지마. 너도 약속 꼭 지켜야 해!"

개가 자신있게 말했다. "걱정마!"

금세 다리가 훌륭하게 놓아졌다. 개는 이제부터 양들을 굳이 돌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개는 시간이 갈수록 게을러져 양이 없어지는 것도 모르고 잠을 잘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말이 말발굽에 가시가 박혔대 빨리 가서 도와줘!"

개는 못 들은척 하고 낮잠을 잤다. 다시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새앙쥐가 물에 빠졌대 빨리가서 구해줘!"

개가 중얼거렸다. "난 헤엄도 못치는데"

슬그머니 숨어버렸다. 또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사자가 그물 덫에 걸렸대"

개가 중얼거렸다. "구해줬다가 잡아 먹히면 어쩔려구"

핑계를 대고 도망쳤다. 개는 하늘과 한 약속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늘 맑고 푸르던 하늘에 별안간 먹구름이 몰려오고 번개와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푸른 초원 위에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양들은 강물에 빠지거나 숲속으로 달아나 버렸다. 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비가 거세게 쏟아졌다. 강물은 금세 불어나 바다처럼 되었다. 개는 순식간에 사라져간 다리를 보며 엉엉 울었다. 그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약속을 지켰으면 다리는 사라지지 않았을 거야."

개가 하늘에게 말했다. "하늘아! 한번만 용서해줘!"

순간 양치기가 부르는 소리에 개는 잠에서 깨었다. 한참을 강 건너 푸른 초원을 바라보았다. 다음 날부터 개는 동물들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앞장서서 달려가 동물들을 도왔다. 시간이 가면서 동물들은 개의 고마움에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으려고 개가 하는 일을 도우려 했다. 얼마 있어 정말 훌륭한 다리가 놓이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저절로 쉽게 이루어지거나 얻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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