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꿈과 밥숟갈을 위하여

2014.11.11 13:41:23

방광호

청석고등학교 교사

13일은 대입수능일이다. 고3 수험생들의 공교육 12년과 사교육 플러스 알파의 결과가 점수로 환산되어 등급이 매겨지는 날이다. 그들은 그 등급에 따라 학교와 학과를 선택할 것이고, 다시 수 년 또는 그 이상의 노력을 통해 확보한 계층적 등급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 가공할 만한 평가가 오늘의 대한민국 교육부가 채택하고 있는 입시제도이다. 아직 딱히 이상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당분간 수험생들은 이 제도에 맞추어 준비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항간에 떠도는 위험천만한 말이 있다. '꿈꾸는 자가 꿈을 이룬다'는 말이 그것이다. 꿈은 꾸기만 한다고 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놀아도 이뤄지는가? 졸고 있다 보면 이뤄지는 게 꿈인가? 게임으로 밤을 새워도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물론 꿈이 있는 자에겐 미래가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면, 성공한 자신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함의적 표현임은 알겠다.

하지만 심각한 현재의 상황을 한번 돌아보라.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아닌가. 그래서 모든 취업 시험에 '고시'란 말이 붙은 지 오래다. 경찰 고시, 공무원 고시, 교사가 되기 위한 절차인 임용고사에도 '고시'가 매어 달렸다. 그런데 꿈을 가지고 있으면 꿈을 이룬다고?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확실한 목표가 있든, 비록 자신 없고 막연할망정 해보고 싶다거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뜬구름을 움켜잡는 듯한 '꿈꾸는 자가 꿈을 이룬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꿈꾸는 자는 모름지기 온힘을 다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밥숟갈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들을 흔히 한다. 각자가 저 먹을 건 가지고 세상에 나오니 죽으란 법은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듯하다. 위로의 말인지 알 수 없으나 왠지 허랑하게 들린다.

고교 은사님 중 미술을 가르치던 선생님께서는 '열두 가지 재주 가진 놈 조석 간 데 없다'는 자조적인지, 경세적인 표현인지 모를 말씀을 자주 하셨거늘, 겨우 밥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 나와도 먹고 살 수 있다고·

그 말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하늘은 저마다에게 알맞은 재능과 역할을 부여하였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비로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먹을 것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게으른 개인에게 빵이 생기는 것 보았는가? 위험한 독재자나 무능한 통치자를 만났는데도 밥이 그저 생기던가· 연이은 자연재해로 흉년이 계속되는데 먹거리가 저절로 굴러들어 오던가? 장 지글러는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누구나 저 먹을 건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는, 말 타고 꽃구경하는 듯한 말은 더 이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넌센스다.

모쪼록 모든 수험생들이 긴장하지 말고 적어도 노력한 만큼은 대박을 터트리기를 바란다. 그러고 나서 진정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하늘이 부여해 준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숙고하고, 꿈과 밥숟갈을 위하여 인내와 열정으로 자신을 다듬어나가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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