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3회 개인전 '빗소리를 듣다'

눈(眼)이 듣는 빗소리

2014.12.14 18:33:20


젊은 공예가 이지현이 현대백화점 충청점 '갤러리 H'에서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제 3회 개인전을 연다.

그녀의 작업은 일반적인 도자 공예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그림, 도자기, 벽면의 경계를 허문 '아트월(art wall)'로 귀결된다.

흰색 도화지에서 볼 수 있는 드로잉의 이미지, 간결한 선과 면으로 구축된 도자기 작업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전통적으로 도자기는 여러 형태의 용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일반적 도자기 종류인 컵, 그릇, 접시…등 생활자기의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시도가 이번 작품전에 그대로 반영됐다.

분명한 것은 흙을 재료로 한 조형작업이란 점에서 현대도예에 그 맥이 닿아 있다.

그러면서도 평면화의 틀에 올려놓은 도자의 느낌이나 태생적 본질은 도자기와 회화의 이미지를 크게 왜곡하지 않는다.

이지현 작가는 "흙이 갖고 있는 원형의 색(色)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시유(施釉)하지 않고 재벌 번조했다"며 "도자기 표면에 강도와 광택을 위해 바르는 유약은 단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매개체로만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작가의 작품을 기대듯 보며 걷다보면, 자작나무 가득한 숲길에서 비를 맞으며 산책하는 것 같은 산뜻한 느낌이다.

벽 풍경이 만들어 낸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눈으로 들을 수 있다.

이 작가가 대학원 졸업 후 처음 작업실을 꾸린 곳은 도심의 복판이었다.

차량과 도심의 소음이 늘 가득했다.

그러다 청주 외곽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만난 자연의 소리가 그녀의 귀와 영혼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자연'을 소재로 작업이 이루어지게 됐다. 대학원 논문 발표 전시로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약 8년 만에 두 번째 개인전의 계기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의 작업은 도자 전통기법 중 하나인 분청기법을 활용하여 주로 이루어진다.

소재는 늘 '자연'이다.

작업은 흙 판 위에 분장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흙 판 위에 여러 번의 붓질로 분장을 하고 마르기를 기다린 후 화면 구성을 해나간다.

작은 선을 흙 판 위에 찍는 것으로 시작해 그 선이 드로잉화 되어 흙 판에 안착하면 작가 내면의 세계와 자연이 조응하여 또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자기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회화성 가득한 작업을 벽면에 장식해 끊임없이 사유하고 성찰하는 작가의 자세와 함축적인 형태, 선의 미학을 최대한 결집시킨 결과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의 일부가 된 듯 작품에 빨려들게 한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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