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외고학생들이 칠판에 그린 세월호의 모습.
'0416, 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2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마음으로 바친 추모의 꽃다발이 학교 전체로 번져나갔다. 너도나도 노란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청주외고 강성호 교사는 "아이들이 지금도 찾아온다. 노란리본을 구할 수 없냐고.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다.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마음을 우리 사회에 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에서는 '잊어야 한다' '그만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가만히 있어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묵언의 외침을 우리 사회에게 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청주외국어고 세시봉 동아리 학생들이 주관했다. 참여한 학생들에게 노란리본을 나눠주고, 하얀 티셔츠에 세월호에 관한 문자와 그림을 새겨 넣었다. 추모의 의미로 학교나무에도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
청주외국어고등학교 동아리팀(세시봉)학생들이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민진홍(청주외고·3)학생은 "우리와 같은 또래의 말 잘 듣는 친구들이 세상을 떠났다"라며 "그들이 떠난 지 1년이다. 침묵하고 망각하는 것은 희망이 아니다. 진짜 희망은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런 아픔이 우리사회에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먼저 간 친구들의 마음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에게는 망각의 섭리가 있어 끊임없이 앞을 향해 딛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인재(人災)를 잊는다면 인간의 삶은 공멸하거나 야만의 시절로 되돌아갈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사회 일각에서도 '이제 그만하자' '이만하면 됐어'라고 세월호가 미래의 걸림돌인 듯, 슬픔의 시효가 다한 양 어물쩍 포장하고 넘어가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추모의 마음과 아픔의 기억을 발판 삼아 새로운 희망을 인양하고 있었다.
'0416, 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어른들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들의 마음에 노란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서슬 푸른 청춘의 손길로 지어지는 리본의 매듭은 인재(人災)없이 안전하고 화평한 세계를 갈망하는 마음의 결의인 것이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