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원시림이 녹음에 물들어 파랗다. 진초록의 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가 주변의 이끼마저 짙게 만든다. 5월 중순에 벌써 여름 산행이다. 원시 활엽수림의 비경이 가을 단풍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산들바람에 녹색의 활엽수들이 활기를 띤다. 신비한 녹색 마력에 산객의 마음까지 흔들린다.
[충북일보] 5월의 내장산(763m)을 찾는다. 단풍나무들이 초록의 향연을 펼친다. 진녹색의 물결이 황홀하다. 초록의 단풍나무들이 우거져 터널을 이룬다. 초록 비단을 덮어놓은 듯하다. 내장사 입구까지 녹색 천지다. 온통 파랗다.
파릇한 새싹을 살피다 하늘빛을 띤 꽃을 만난다. 이름 모를 꽃의 화려함에 잠시 놀란다. 탐방로 곳곳에 식재된 각종 야생화 무리가 좋다. 진입로 가로수는 온통 단풍나무다. 가을이 되면 노랗고 빨갛게 물든다. 지금은 진초록 잎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내장산의 봄은 이르게 시작한다. 그 덕에 여름으로 진입 속도가 빠르다. 봄기운이 끝나고 여름이 완연해지고 있다. 여름이 북상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도 5월의 내장산은 여전히 싱그럽고 아름답다.
내장사 앞 원적계곡 물이 녹음으로 파랗다. 600년 이상 된 비자나무와 굴거리 나무들이 무리지어 장관을 이룬다.
내장산이 여름의 녹음 속으로 치닫고 있다.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단풍터널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녹음이 단풍을 대신한다. 녹색터널이 되레 단풍보다 화려하다. 진한 단풍나무 향기가 산객을 맞는다. 찾는 이가 많지 않으니 한적하다.
2016년 5월 21일 오전 10시 5분 단풍나무 녹음 길을 따라 내장사까지 편하게 걷는다. 단풍이 없으니 혼잡하지도 않다.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이번 산행 계획은 벽련암을 거쳐 서래봉, 불출봉, 망행봉으로 이어지는 리지 산행이다.
이 쪽 길은 갈수록 성미가 급하다. 한동안 코가 닿을 듯 가파른 길이다. 잠시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잡념을 하나씩 지워 간다. 머릿속이 말끔해질 때쯤 능선에 닿는다. 잠시 앉아 땀을 식히고 목을 축인다. 얼마를 더 가자 서래봉이다.
불출봉에 설치된 철계단
시야가 확 터진다. 남성적인 암릉미가 기운차다. 힘자랑을 하며 길을 잇는다. 서래봉을 내려서자 수백의 계단길이 아득하다. 가야 할 불출봉과 망해봉 산줄기가 보인다. 연자봉이 갑옷을 입은 듯 도드라진다. 다른 세상 분위기를 연출한다.
내장산 특유의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마주치는 사람이 없다. 걷기도 차분해진다. 대신 일행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수백 걸음을 내려가 다시 수백 미터를 오른다. 철제 사다리를 오르고 내린다. 큼직한 바위도 우회한다.
바윗길이 계속된다. 산들바람이 시원하고 달콤하다. 바위 위에 바위가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다. 그 옆에 산객들의 소망이 담긴 작은 돌탑들이 있다. 무너질까 두려워 건드리지도 못한다. 함부로 건드리는 이가 없다.
건너편으로 까치봉과 신선봉, 연자봉이 보인다. 거기서부터 내장사까지 온통 녹색융단이다. 걷는 내내 여름 빛깔을 만끽한다. 내장산 여름산행에서 누리는 호사다. 능선 위로 나타난 암릉의 위용에 잠시 힘든 것도 잊는다.
불출봉과 서래봉 능선
서래봉에서 불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내장산 9봉 중 가장 뛰어나다. 마침내 불출봉이다. 온 몸에 땀이 흐른다. 서래봉 능선까지는 1시간여 거리다. 불출봉까지 30분이 더 걸린다. 능선 밑으로 한참을 내려 선 뒤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망해봉에 올라서니 내장산의 속살이 다 보인다. 5월의 내장산은 진초록 세상이다. 여름으로 들어가는 풍경만으로 마음이 이완된다. 가파른 비탈을 가풀막지게 한참을 오른다. 능선 길도 한참을 이어간다. 까치봉이다. 시원한 풍경이 피로를 잊게 한다.
단풍 없는 내장산은 녹음이 대신한다. 잘 보전된 숲이 주는 청량감은 압권이다. 서래봉에서 망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암릉미를 잊기 어렵다. 봉우리마다 시야가 일품이다. 능선 길에 햇살이 우아하게 쏟아진다.
5월이면 만개하는 쪽동백
5월의 내장산은 호젓했다. 일주문부터 굽이굽이 시작되는 오솔길은 그대로 사색의 길이 됐다. 녹색의 터널이 사유를 선물했다. 내장산은 여름으로 들어서고 있다. 화려한 가을을 준비 중이다.
내장산엔 졸참나무와 산딸나무, 작살나무, 고로쇠나무 등 활엽수종이 다양하다. 가지마다 이파리를 튼튼히 하고 있다. 내장사 입구까지 조성된 자연학습탐방로가 단연 눈길을 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장산이 거저 만들어진 게 아니다. 자연학습탐방로가 설치되기까지 사연도 많다. 웃기 어려운 에피소드 또한 많다. 하나의 자연학습탐방로는 그렇게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내장산 자연학습탐방로는 3.0㎞다. 일주문∼벽련암∼원적암∼내장사∼일주문 구간으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지방문화재로 조선동종과 벽련암지가 있다. 1994년 산림생태계 해설을 중심으로 해 개설됐다. 지금은 자연의 구조와 질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충북에는 속리산과 소백산, 월악산 등 3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이 중 속리산과 소백산에 자연학습탐방로가 설치돼 있다. 물론 훌륭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내장산의 생태환경이 충북에도 전이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