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국책사업의 함정을 경계한다

2016.07.19 18:07:35

최근 전국 지자체들이 신음하고 있다. 국책사업 논쟁 때문이다.

흔히 정부에서 주도하는 사업을 국책사업이라 말한다. 대규모 공공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재원을 조달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국책사업은 종류나 특성, 기능에 따른 정의가 아닌 사업 규모와 주체를 말한다. 때문에 사회적 통념은 있으나 법적인 개념 정의와 지위는 없다.

부실…구조조정 대상이다

이런 국책사업이 소모적인 논란과 사회적 갈등, 지역 이기주의 악순환,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실 시행에 따른 책임자는 없다.

국립한국문학관 설립 사업은 혼란만을 야기 시켰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을 무기한 중단했다. 지방자치단체 간 소모적인 유치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학관 건립과 한국 문학 발전의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전국 24개 지자체가 문학관 유치에 불꽃경쟁을 벌였다. 충북에서는 청주시와 옥천군이 합류했다. 현재 이들 지자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막대한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한 셈이 됐다.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사업도 이상기류에 휩싸여 있다. 정부의 구체적 사업 추진 일정이 안개 속인 가운데 특정 지자체에서 기존시설의 부지확장과 리모델링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초 국토부는 공모 신청 지자체로부터 사업계획을 제출받은 뒤, 이르면 이달 중 현지실사를 벌일 예정이었다. 연내 사업 대상지를 확정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사업 추진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유치경쟁에 나선 청주와 대전 등 11개 지자체가 자칫 이 사업이 표류하거나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다.

밀양 송전탑 사태도 그렇다. 10년 넘게 갈등을 겪었다. 아직도 후유증은 진행형이다.

신공항 유치를 놓고 영남권 지자체 간의 사활을 건 싸움도 결국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으로 끝났다.

영남권 신공항은 주민에게 주기로 한 사탕이 독이 된 것과 같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나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추진됐다. 한데 지역 간 갈등과 부동산 시장 가열 등에 따른 후유증만 남겼다.

지금까지 국책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국책사업에 바람 잦아들 날이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국책사업에서 비롯된 국민 폐해를 직시하는 것이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접근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지자체장들이 중앙정부에 목을 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지역발전 정책을 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앙집권적인 국가 구조를 지방 분권형 구조로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 재정과 자율권을 지자체에 주게 되면 스스로 사업을 하고, 성패에 대한 책임도 지자체가 져야 한다.

지방 국책사업과 혐오시설을 하나의 패키지사업으로 묶어 내놓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지역의 비민주적인 지배구조도 혁신해야 한다. 지자체장들은 대부분이 임기 동안에 국책사업 유치만이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길인 것처럼 행동한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각종 지역단체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다른 목소리는 아예 끼어들 틈도 주지 않는다.

실패하면 비난의 화살을 정권으로 돌리고 자신은 슬쩍 빠져버리기 일쑤다. 정치권과 지자체장들이 공약한 사업들에 대한 사후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시행방식부터 재검토해야



20대 국회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의 국책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 차원에서다.

그 대상에는 국책사업의 목적과 효과, 사전환경성평가, 대체수단의 유무 평가, 입찰방법, 낙하산 인사 유무, 사후평가 등이 포함돼야 한다.

국책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그 영향도 크다. 그만큼 따져볼 것도 많고 이해당사자인 주민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관행적 행태를 벗지 못하면 저항만 있을 뿐이다.

썩은 환부는 반드시 도려내 새 살을 돋게 해야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차선책을 택했다가 실패할 경우 치유하기가 어렵다.

건전한 국책사업 시행을 위한 자구 노력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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