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의 몰락

2016.07.25 14:24:30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박사장, 나 이제 개고기 끊었네. 개고기를 반대합니다. 아빠는 멍멍이 안 먹지? 애견, 육견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애견이 도살장에 있다면 심정이 어떨까요?"

열혈 동물 보호단체가 인천 국제공항을 오가는 리무진 버스에 부착한 개고기 식용 반대광고 문구다. 공항 리무진 버스 10대와 서울 시내버스 8대의 옆면에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도배를 했다.

보양식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굳이 옛날식으로 복달임할 필요가 있겠냐며 개식용 반대 광고에 공감을 표하는 층도 있지만, 저리 요란하게 광고판까지 붙여야 하나 마뜩찮은 여론이 상당수다.

나라의 관문인 공항을 오가는 버스에 자랑도 아니고 'AGAINST DOG MEAT'라 대문짝만한 영어 광고를 붙인 점이 특히 거슬린다. 한국에 발을 디딘 외국인들이 저 문구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얼굴이 화끈하다. 삼시세끼 개고기만 먹어대는 민족으로 오해할까봐서다.

개가 반려동물로 가족 이상의 대접의 받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보신탕은 복날 대목 특수를 더 이상 기대하기가 힘들어졌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보신탕집의 문전성시도 어제 이야기가 됐다. 음식문화가 이처럼 바뀌고 있지만 동물보호단체의 반대 운동은 날이 갈수록 적극적이다. 복날 피켓 시위도 모자라 버스 광고까지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규탄하며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우리나라에 공개서한을 보낸 일이 있었다. 개와 고양이 살상을 정부가 묵인하고 있음을 먼저 비난한 그녀는 "시대에 뒤떨어진 야만적 국가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이미지를 갖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 언론을 통하여 한국 국민들에게 편지를 띄우게 된 것입니다"라고 건방을 떨었다.

서한은 본론으로 갈수록 더욱 가관이다. "이 같은 야만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이며 인간의 존엄성 수호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인간의 존엄성 수호라는 대목에서 헛웃음이 터진다. 가축을 식용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감히 대한민국 국민을 비하하는 이 따위 망언을 겁 없이 뱉어 낸 늙은 여자의 입은 대바늘로 단속해야 마땅했다.

이슬만 먹고 사는 공주처럼 꼴값을 떤 브리지트 바르도의 선조인 프랑스인들도 개고기를 먹었다. 기근이 들거나 전쟁 시에는 당연히 개고기를 식용으로 삼았으며 시장에는 서민들이 애용하는 개고기 푸줏간이 있었다. 불과 한 세기 전의 일이다.

유럽에서 개고기를 특별히 즐기는 국가가 스위스다. 세인트 갈렌 과 아펜젤 지방에서는 전통적으로 생 개고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다음 종이처럼 얇게 썰어서 먹는데 쏘시지나 육포로도 인기란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유럽의 동물 애호가들 7천명이 개고기 식용금지 탄원서를 제출했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스위스 해당 주 정부는 '개고기 음식은 우리 지방의 전통 요리방식이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일이다' 라며 탄원서를 거부했다.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해 개소리를 늘어놓은 브리지트 바르도에게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홍신 작가는 한국에서 개고기 합법화를 추진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란 이름으로 답신을 날렸다.

"우리가 당신의 문화를 존중하는 만큼 우리의 문화를 존중해주기를 바라며, 동물보호 현장에서 다시 뵙기를 기약합니다" 건방진 바르도만이 아니라 도를 넘은 개 시위자들에게도 돌리고 싶은 사이다 서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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