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도박 빚에 시달린 20대 여성 '극단적 선택'

불황 지속 …한탕주의 만연
인터넷 등 통한 불법도박 성행
2·3차 범죄로 이어져 사회 문제

2016.08.30 19:29:05

[충북일보] 남자친구의 도박 빚에 시달리던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도박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의 A(여·23)씨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을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3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A씨는 고향인 경북지역 떠나 영동 한 금융기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별다른 지인 없이 타지생활을 하던 그녀는 인근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B(28)씨와 알게 됐다.

업무적으로 얼굴을 익힌 사이였지만 가까운 사무실 위치에 만남이 잦아지면서 연인관계로까지 발전,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어느 날부터 다니던 B씨는 스포츠 도박에 빠져들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배팅 액수 등 시간이 갈수록 B씨의 도박 정도가 심해지면서 도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B씨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채 대리기사로 일하기 시작했고 도박으로 돈을 모두 잃자 여자친구 A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도박에 사용할 돈이었지만 '사채로 빌린 돈이 있어 급히 갚아야 한다'고 속였다.

A씨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때면 B씨는 '남은 빚만 갚고 바르게 살겠다', '곧 결혼해서 함께 살자'는 등 온갖 달콤한 말을 동원해 그녀를 속였다.

B씨는 A씨의 원룸 보증금은 물론 월급 통장에서 한 달 월급을 통째로 가져가기도 했고 당장 수중에 돈이 없을 때면 사채나 다름없는 제3금융권 연대보증을 서게 했다.

A씨가 이자를 제 때 내지 못할 때면 B씨는 '내가 죽을 수도 있다', '돈을 못 갚으면 결혼을 못 한다'는 등의 말로 압박했다.

이런 수법으로 B씨는 지난 2014년 9월께부터 올해 3월까지 모두 87차례에 걸쳐 7천200만원을을 받아 모두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

결국 A에게 남은 것은 빚과 상처뿐이었고 돌연 고향으로 돌아간 그녀는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 가족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기 혐의로 B씨를 구속했다.

영동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3월 A씨가 숨진 뒤 가족의 고발장을 접수, 수사를 시작했고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A씨는 숨지기 전 B씨로 인한 빚 때문에 B씨는 물론 가족과도 갈등이 생기는 등 극도의 불안감에 빠져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 스포츠 도박 등 인터넷 불법 도박이 성행하면서 2·3차 범죄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제천에서는 도박에 빠져 많은 빚은 진 20대 남성이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와 여동생을 무참히 살해하는 등 등 패륜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그 문제가 심각하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한탕주의가 만연한 데다 인터넷 등을 통한 불법 도박 경로의 확대가 이러한 현상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도박사건(도박·상습도박) 검거인원은 지난 2011년 1천10명, 2012년 809명, 2013년 808명, 2014년 649명, 지난해 730명으로 조사됐다.

불법 스포츠 도박 등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검거된 인원은 지난 2011년 169명, 2012년 35명, 2013년 80명, 2014년 72명, 지난해 158명으로 집계됐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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