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무예의 메카로 떠오르다

2016.09.05 14:46:22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가장 재미있었던 책을 묻는 질문을 받는다면 망설임 없이 무협지라 대답하겠다. 무협지를 읽다가 중간에서 내려놓을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무림고수를 능가하는 놀라운 자제력에 깊은 존경을 표하겠지만 아직 주위엔 그런 사람이 없었다.

뼈를 깎는 인고의 수련과 단련을 거친 무협지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영과 육이 결합된 내공을 갖추고 있다. 탄탄한 내공을 갖춘 무술인에게 신묘한 병기가 주어진다. 범에게 돋은 날개처럼 현란한 외공의 힘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영웅은 뛰어난 무공으로 악을 처단한다.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무술이 출중한 무협지의 협객은 무협영화의 주인공으로 탈태한다. 서양의 활극은 뜬금없이 출연한 영웅 활약이 주된 설정이지만 동양의 무협은 피눈물 어린수련의 결과물이다.

서양인들이 감히 흉내 내지 못할 최고의 판타지인 전설의 무협영화 중 '돌아온 외팔이'시리즈가 있었다.

무림을 떠나 평범한 농부로 살고 있는 방강(왕우)에게 악의 조직인 '패왕채'의 부하들이 찾아와 패왕채에서 열리는 무술대회 참가를 권유한다. 무림의 대표문파수장들을 패왕채에서 열리는 무술대회에 참가시켜 각 문파의 수장들을 처단한 후 강호를 접수하려는 것이 패왕채의 계략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에 참여한 방강은 병기로 무장한 패왕채를 제압하고 10대 문파를 구원한다.

외팔이 검객인 왕우를 시작으로 강대위, 적룡에서 이소룡까지 많은 홍콩 무협스타들이 현란한 무술과 권법으로 우리를 열광시켰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즐거운 추억이다.

그런데 전 세계 무술인들이 뛰어난 기량을 펼쳐 실력을 가리는 '세계무예마스터십' 덕분에 소설과 영화로만 만족했던 동양무예의 진수를 청주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뜻하지 않은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무예 강국임을 선전하는 중국과 일본 무예계가 국제적인 '무예올림픽'을 세계 최초로 충청북도에서 개최하는 것에 대해 부러움과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태권도와 합기도 등 17개 무술 종목에 87개국에서 모인 2천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국가 대항전 형식의 무예 종합대회로는 세계에서 최초로 열리는 대회다. 최초라는 기록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자랑할 가치가 있는 자긍심이 샘솟는 축제다.

무예(武藝)를 중국에서는 술(術) 또는 법(法), 일본에서는 도(道)라고 표현한다.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은 무예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는데, 우리가 무술을 무예라 부르는 까닭은 덕성(德性)을 바탕으로 무술을 익혀 나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투어 이기는 기술을 뜻하는 무술(武術)이나 억지로 철학적 의미를 섞어 꾸민 티가 드러나는 무도(武道)보다 한층 예술적 의미와 격이 느껴지는 표현이 우리의 무예(武藝)다.

이들 세 개념을 무술발전사적 관점에서 보면 무술에서 무예, 무도로 진화했다는 설도 있다. 즉, 실용적이며 실전적인 효용성에서 수련된 "무술"이 정교하고 미적이며 예술적으로 발전한 것이 "무예"고, 단순히 대인격투의 수단인 무술의 실용적 차원을 넘어 수련자의 인격과 종교적 가치의 실현을 추구한다면 "무도"가 된다는 이론이다.

'무예로 하나로, 무예로 세계로'란 이번 대회의 기치대로 무예를 통해 인종과 국경, 이념, 종교를 넘어 우정과 화합을 나누게 되고, 무예를 통해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이 실현될 수 있음을 믿는다. 그것이 무예의 정도(正道)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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