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농간질, 대역죄로 다스려야

2016.10.27 15:20:24

김근진

충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손자병법'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인계 뿐 아니라 독살 등 다양한 계책이 나온다.

음식을 이용한 암살은 목적을 은밀히 달성할 수 있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종종 있어 왔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독살 음모가 있었다.

전쟁이 한창인 때 반대파들은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숲 속 외딴 별장에 모여 온갖 음흉한 계략을 세웠다.

며칠 후 매수당한 백악관 요리사는 대통령을 독살하려고 아무도 모르게 독이 든 음식을 식탁에 올렸다.

이를 전혀 알지 못한 대통령은 그 음식을 그만 먹고 말았다. 그것도 날마다, 그렇게 계속.

그런데 독이 든 음식을 먹은 대통령은 죽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건강해졌고 마침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백악관 요리사가 올린 음식은 다름아닌 토마토였다.

당시만 해도 토마토엔 독성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사람들이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마토에 대한 오해는 그렇다 치고 그 대통령이 누군지 자못 궁금하다.

움푹 패인 깊은 눈, 까만 나비넥타이, 멋들어진 구레나룻, 남북전쟁 그리고 게티스버그 명연설.

그렇다. 지금까지도 많은 이의 존경을 받고 있는 바로 미국 제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음식은 사람이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같은 재료라도 정갈하고 맛있게 요리했다면 금상첨화다.

요즘 웰빙 바람 때문인지 맛집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 어젯밤엔 서울 마포의 한 고깃집이 소개되었다.

가끔 가보았던 음식점을 방송으로 보니 반갑기는 인지상정.

지금은 새 건물로 매끈히 단장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와 함께 대박 맛집으로 소개되지만 내겐 아스라한 추억이 남아 있다.

기억 속에서 나는 주방 아주머니의 반가운 인사를 맞으며 가게 안에 들어선다.

그리곤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주위를 한번 쓰윽 둘러본다.

어스름한 분위기와 낡은 회색 벽지 위에 여길 찾은 연예인의 사인과 많은 손님의 낙서가 어지러이 써져 있다.

누가 누구랑 언제 다녀갔다는 시답잖은 메모가 대부분이다.

바로 맞은편 벽에는 주인장의 솜씨 좋은 글씨로 '손님은 왕(王)'이라고 크게 적어 놓은 그런 분위기였다.

친절하게도 '王'이라는 한자까지 굳이 넣어서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장사가 잘 되는 집들은'고객 서비스'가 중요한가 보다.

그런데 요즘 어처구니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 때는 왕이라고 부추겼던 손님에게 이제와선 원산지를 가짜로 표시하거나 상한 음식까지 버젓이 팔고 있으니 이게 웬 말인가?

이는 손을 내밀어 억지로 악수를 청하곤 상대방 새 구두를 힘껏 밟는 격이다.

임금 수라상에 일부러 상하거나 심지어 독이 든 음식을 진상했다면 이는 대역죄일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은 경찰의 기본 임무다.

먹거리는 온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찰은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불량식품 제조·유통행위를 단속 중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주요 유형으로는 썩거나 상한 원료를 사용하거나 유통기한이 변질된 식품, 무단으로 인증마크를 사용한 식품, 원산지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변경하는 행위, 질병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허위·과장 광고 후 판매하는 행위 등이다.

법을 엄격히 집행해 다시는 우리 식탁에 불량식품이 오르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양심을 팔아 제 배를 불린 자들은 모두 똑똑히 잘 듣거라.

먹거리로 농간질하는 것은 모조리 대역죄이렷다.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아니면 파렴치한 행동은 그만두고 손자병법 마지막 계책을 써야 할 차례.

'36계 줄행랑'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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