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김영란법 시행 한 달

2016.10.27 18:15:16

[충북일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후폭풍은 컸다. 우선 암적인 갑(甲)의 행동 양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을(乙)의 치열한 삶의 방식까지 동시에 무너트렸다.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잡기 위한 법이 서민들을 옥죄는 방향으로 흘러간 셈이다.

한 달 동안 김영란법을 바라본 시선은 엇갈린다. 우선 사회 부패 지수를 낮추고 청렴사회로 탈바꿈하기 위해 불가피한 법률이라는 찬성론이 있다. 지나친 통제로 사회활동을 위축시킨 과잉 입법이란 비판 역시 만만찮다.

대상이 워낙 많은데다 법률과 기준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당초 우려했던 대로 역효과는 요식업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점심 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류를 동반한 저녁 문화는 송두리째 바뀌었다.

김영란법은 3년에 걸친 입법 과정에서 원안과 상당 부분 달라졌다. 제안 당시에는 '부정청탁+금품수수+이해충돌' 금지였다. 그런데 입법 과정을 거치면서 '이해충돌 금지'가 삭제됐다. 이해충돌 방지는 공직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다.

적용 대상도 달라졌다. 입법을 맡은 국회의원들은 부정청탁의 15가지 유형을 세세하게 적시했다. 하지만 결국 '선출직 공직자, 정당·시민단체 등이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가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민원청탁을 받을 수 있게 뒷문을 열어둔 셈이다.

김영란법이 비판받는 이유는 규제가 불확실하고 과도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교·의례이고, 어디까지가 사회 상규의 기준인지 모호하다. 그러다 보니 법 적용 대상자들이 허용된 가액에도 벌벌 떨고 있다. 이런 행동 양식이 서민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새로운 문화, 깨끗한 사회를 지향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한 달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아직 미완의 법이다. 완성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권익위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정답도 아니다. 대법원의 판결도 아직 나온 게 없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서둘러 법의 내용과 적용 대상을 입법 취지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 공무원과 언론인, 교직원 등 법 적용대상자들도 법망을 피하려고만 할 게 아니다. 법보다 높은 도덕적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대야 한다.

김영란법은 서로가 노력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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