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2016.10.27 17:49:20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창조경제팀장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물론입니다. 젓가락질을 잘하면 건강해지고 뇌의 기능이 활발해지며 다양한 창조적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올바른 생활과 품격 있는 사회활동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젓가락질을 잘 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단정돼 보이고 멋스러움이 스며있지 않던가요. 손가락·발가락처럼 숟가락·젓가락이라는 표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세요.

젓가락에 대한 과학적 특징을 설명하는 전문가들의 논리는 분명합니다. 젓가락 사용이 뇌에 미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호먼쿨러스라는 것인데, 뇌의 면적은 각 신체비율별로 적용한 것으로 뇌에서 손이 차지하는 영역이 가장 크게 나온답니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손가락에 있는 30여 개의 관절과 60여 개의 근육이 움직이는데,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206개의 뼈 중 상당수가 두 손에 있습니다. 뇌의 작용을 높이고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두뇌발달을 촉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죠.

그런데 아세요? 젓가락도 그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된 젓가락질, 특히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랍니다. 한국은 어머니의 젖을 떼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젓가락을 사용합니다. 일본과 중국의 나무젓가락과 달리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며, 숟가락과 함께 짝을 이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양궁 금메달 신화, 프로골프의 잇따른 우승, 국제기능올림픽 6연패, IT강국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네요.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한국인의 문화원형 중에는 '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과 얼을 다양한 춤이나 노래, 퍼포먼스로 표현하면서 세계의 그것과는 다른 한국인만의 문화적 형태를 만들어 왔습니다. 농악을 중심으로 한 사물놀이,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젓가락장단 등이 그것입니다. 충북도 무형문화재 1호가 청주농악입니다. 놀이마당 울림을 비롯해 지역의 공연팀 중에는 젓가락장단과 흥의 문화를 특화하고 곳이 많습니다. 지구촌을 들썩이게 하는 한류도 젓가락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젓가락질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뜨겁습니다. 마치 오래 전 레스토랑에서 포크와 나이프로 돈가스를 먹던 그 설렘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유럽인들은 한국의 젓가락과 숟가락을 컬렉션하는 유행이 번지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한국의 지능젓가락을 수입해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있답니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호기심이 반영된 것이고, 두뇌발달을 위한 교육콘텐츠로 젓가락을 선택한 것입니다. 뇌의 손상을 입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재활치료법 중 하나가 젓가락질이기도 합니다.

한중일 3국이 1천년 넘도록 함께 사용해 온 것이 무엇입니까. 오직 하나, 젓가락입니다. 젓가락 속에는 한중일 3국의 문화유전자가 담겨 있다는 뜻이고, 그 중에서도 한국은 쇠젓가락에 숟가락까지 함께 사용하면서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젓가락은 음식에서부터 장단, 교육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명문화 그 자체입니다.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위대한 문화를 일굴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젓가락으로 말이죠.

크리에이터 이어령은 잡초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치라고 했습니다. 젓가락은 짝의 문화, 정의 문화, 음양의 문화, 나눔의 문화입니다. 우리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먹는 사람을 생각하고, 먹는 사람은 만든 사람의 손길을 마음에 새깁니다. 이것이 곧 21세기의 키워드인 인터렉티비티(상호주의)입니다. 젓가락 속에는 지구를 움직이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 준비됐다면 지금 젓가락을 집으세요. 생명의 가치를 노래하고 당신의 꿈을 담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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