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다

2016.11.03 15:36:50

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가을이 맑다. 푸른 하늘은 한 점 조각 찾기 힘들고, 시간이 지나 나그네처럼 구름 한 주먹 있을라치면 그것 역시 맑아 하얀 조각 곳곳에 파람이 베어있다. 하늘은 자기만을 고집하지 않고 구름을 구름대로품어주기에 같이 맑다. 그런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눈과 마음이 정화된다. 자기와 품어주는 상대를 조화로 어루만져주니. 그러나, 이내 머리는 마냥 맑을 수는 없다. 잠시 후 '구름이 끼겠지, 바람이 불겠지, 비가 오고 추워지겠지' 라고 아직 실체와 되지 않은 현상을 걱정하기에 바빠서 그렇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어렸을 적 보지도 않았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발없는 귀신 얘기를 듣고 자는 중에도 다리가 붙어있나 확인했고, 1999년 지구 종말이 걱정되어 기도를 하기도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학교괴담 때문에 어둠이 내려오면 화장실을 혼자 가기가 꺼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경험해 보지 못한, 확인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은 근거없는 소문과 억측을 낳아 속을 태우기도 하고, 불필요한 논쟁과 에너지 소모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 와중에 편을 갈라 공격하고 비방하며 싸우다가 정작 올바른 결론과 진실, 정의를 찾지 못한 채 혼란의 어둠으로 들어가는 것을 많이 봤다.

지금 사회는 혼란스럽다. 21세기라는 첨단사회를 지향하는 이 시대에 법이 정한 체계와 질서, 민주적인 절차와 토론, 상식의 울타리를 무시하고, 소수의 어이없는 행태로 인해 대한민국과 국민은 큰 상실감과 절망이 분노의 파도로 표출되어 세상에 외치고 있다.모질고 힘든 시기를 겪은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일구고 미래의 길을 내며, 보다 투명하고 깨끗한,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러한 희망과 노력의 수많은 실개천들이 보이지 않았던 힘의 '게이트'라는 거센 저항으로 역류되어 깨끗해 지지 못했음을, 큰 바다로 나가지 못했음을 지금 확인하게 되었다.

'게이트(Gate)'. 백과사전엔 '사회·정치·경제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 또는 정치 권력의 대형 비리, 부정부패 의혹 사건 등에 쓰는 말'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동시에 '댐, 둑, 수문 등의 하천구조물 및 일반 수도구조물에 사용하는 수문'에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게이트로 얼룩진 일들은 '진실과 정의'라는 물결로 게이트를 통해 내보낼 수 있다.

역류는 이제 다시 시작되고 있다. 민심은 '진실과 정의'라는 역(逆)역류를 택했다. 그리고 그 세(勢)는 실개천에서 시냇물, 강물을 이루며 불어나고 있다.잠시 우리가 잊고 있었던 대한민국의 정의를 찾아가는 일들이 시작되었다. 곧 어둠의 게이트라는 수문을 열고 그렇게 흔들렸던 물줄기는잠시 소용돌이를 겪은 후 제대로된 물길로, 세상길로, 바닷길로 나갈 것이다. 과거에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땀을 흘렸고,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피를 흘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성장통을 겪은 후 육신이 자라고, 고름을 짠 아픔 속에서 건강해지는 것처럼.

영화 '인터스텔라' 는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린 답을 찾을거야. 늘 그랬듯이.'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진실과 정의의 답을. 늘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지금 보이지 않은 것들. 결국은 다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늘 보고 보이는 세상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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