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明道)와 근독(謹獨)으로 새해를

2017.01.01 15:33:56

김병규

상당고 교장·교육학 박사

새해가 되었으니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를 살피던 중 조선시대의 명신인 정암 조광조선생의 알성시 급제문이 눈에 띈다.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요즘 세태와 부합되며 의미가 깊다. 잠시 내용을 살펴보자.

선생은 명도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도일뿐입니다. 소위 '도'라는 것은 천성(天性)을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중략) 그러므로 옛날에 어진 임금들이 바로 그러한 이치를 가지고 다스렸기 때문에 그 업적이 천지를 가득 채울 수 있었으며, 그 찬란한 빛이 고금을 꿰뚫고 빛을 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라며 도리가 나의 마음속에서 환히 비추게 해야만 하며 잠깐이라도 내 마음 속에서 그 진리의 빛이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라도 늘 삼가야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근독'으로 설파한다.

"대개 사람들은 밝게 드러난 곳에서는 삼가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마음가짐이 소홀하기 마련입니다.(중략) 사람들은 마음가짐이 소홀하게 되어 하늘을 속이고 사람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어 혼자 있을 때는 꼭 삼가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압니다. 이러한 나쁜 생각을 오래 지니고 있으면 그런 나쁜 생각이 얼굴에 나타나게 되며 나라를 다스릴 때도 드러나게 되어 더 이상 감추어 둘 수가 없으며 마침내 정치와 교화를 그르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옛날에 어진 임금들은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항상 마음을 진리의 빛으로 밝혀 혼미해지지 않도록 노력하였기 때문에 깊고 어두운 곳에 홀로 있을 때는 오히려 더욱 근신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중종은 반정을 통해 왕이 되었으므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법도를 바로잡는 등 이상적인 정치를 펴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내가 부족한 덕으로 다스린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나라의 기강과 법도가 세워지지 않으니 요순시대 정치에 이르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 지 대책을 논하라!"고 과시 문제도 직접 낸 터였다. 비록 미숙한 학문으로 개혁을 급히 한 때문에 정적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여 기묘사화로 참담한 종말을 맺지만 선생의 명도와 근독 가르침은 현세에서도 빛을 발하니 묘하다.

사람들은 출세를 원하지만 출세와 승진과 비례하여 그만큼 고독해 지게 된다. 그러므로 지위가 상승한다는 것은 고독과 그만큼 더 가까이 한다는 것이니 고독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준비된'사람이라 할 수 있다. 준비가 되었다면서 정작 닥쳐오는 외로움을 자각적으로 찾고 즐기지 못한다면 아직 준비가 덜된 것이리라. 외로움은 자기 완성의 시작이니 외로움을 알고 느껴야 사람이 되는 것을.

고독하게 되면 사람들은 자기 반성을 하거나 아니면 아집에 빠지게 된다는데 내 자리가 오르게 되면 둘 중에 무엇에 치중하게 될까. 성찰은 인격을 갖춘 사람의 요건이요, 아집은 소위 '곤조'를 부리는 이유가 되니 修身에도 고독은 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사람들이 안본다거나 말을 안 한다고 방종하다 망신에 이르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본다. 요즘 연일 뉴스를 도배하는 위정자들의 그릇된 행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런 사람을 뽑아 준 것도 우리이거늘 돌 던지며 나는 죄 없음을 강조하거나 다행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반성도 하게 된다. 사회가 바르면 위정자도 바르게 처신을 하리니 위정자가 못하면 언필칭 민도 높은 시민들이 바르게 살면 되지 않겠는가.

명도와 근독으로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는 시민 대중까지 천도(天道)를 바르게 따르고 스스로를 어두운데서도 살펴, 자기를 바르게 하고 주변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니(政者正也). 금년에는 차라리 우리가 먼저 서로를 바르게 하여 저들을 바르게 이끌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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