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前 UN사무총장의 고향사랑

2017.01.09 17:53:20

이언구

충청북도의회 의원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의 시대가 열리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지역의 개성과 장점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자원이 없어 지역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우리도 관광자원이나 자연자원만 있었다면 더 많이 발전했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지역의 발전은 결코 자원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선진국의 자치단체들은 보여주고 있다. 한 개의 극장도 없이 세계적인 영화제를 치르는 유후인(由布院) 등 많은 선진 자치단체들은 자원도 없음에도 지역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자치단체의 특징은 바로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사랑이 크다는 것이다. 자원이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사랑, 즉 애향심이다.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을 잘 알고, 지역의 장점을 찾고, 지역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애향심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나는 얼마 전 머나먼 이국땅에서 충북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너무나 사랑하여, 충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인물을 만났다.

바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1944년 음성에서 태어나 1963년 충주고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를 졸업하고,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으로 생활한 것을 감안하면 충북에서 생활한 것은 겨우 20년 정도이다. 그런데도 충북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 남달랐다.

뉴욕을 방문했을 때, 운 좋게 반기문 총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반기문 총장님을 뵙게 된 것 자체로도 감격스러웠는데, 반 전 총장은 우리 일행 모두에게 지역사랑과 나라사랑에 대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해 주셨다. 바로 청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직지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지는 안내 때문이었다.

UN 본부 공관 입구에는 직지모형이 예쁜 유리관에 전시돼 있다. 청주시가 기증한 직지모형을 반기문 총장님이 아름다운 유리관에 넣어 전시해 둔 것이다. 그리고 반 전 총장은 방문객들에게 직접 직지가 대한민국 충청북도 청주시의 흥덕사(興德寺)에서 만들어졌으며, 직지가 단순한 책자가 아니라 구텐베르크보다 78년이나 앞선 1377년에 제작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며, 자랑스러운 한국의 금속활자 문화재임을 설명줬다. 이러한 설명을 한국 방문객들에게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UN을 방문한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설명했다고 한다. '아~~ 충북에 살고 있고, 충북의 도의원인 나도 못하는 일을 반 전 총장은 머나먼 타국 땅에서도 하고 계시구나!' 정말 한편으로는 죄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런 분이 우리 고장의 출신이라는 것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더욱이 임기 후에는 세계 최대의 박물관에 기증해 세계인들이 널리 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 지금쯤 직지는 세계 최대의 박물관에 기증되어 있을 것이다.

반 전 총장의 지역사랑은 국내에 오실 때마다 고향인 충북과 음성을 방문해 지역의 현안사항도 듣고, 고향주민들과 자주 대면하려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70여 년의 인생 중 겨우 20여 년의 시절을 보낸 충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듯하다.

반 전 총장을 보면서 내가 느꼈듯이, 이 글을 읽는 모든 충북 도민과 출향인들도 반 전 총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역사랑에 대한 마음이 더욱더 가득하게 채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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