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어떠한 출산도 허(許)하라

2017.01.09 17:53:10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정신없는 혼란 속에서 깜빡 놓칠 뻔 했다. 새해 벽두부터 모든 일간지와 방송을 통해 보도 된, '세 아이 버리고 도망간 20대 여성' 구속 사건이다. 대부분의 기사는 아이를 버린 비정한 여성의 일탈행위를 중심으로 여성구속과 아이입소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 20대 여성이 아이를 버린 이유는 그리 궁금해 하지 않았다. 혼자서 몰래 출산한 그 여성의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건강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또 저출산 해결을 국가 과제로 삼은 대한민국이라 할지라도 그 여성에게 상을 주지 않았다. 20대에 5명의 아이를 낳았어도 합법적 출산이 아니어서 일까· 아니면 아이를 유기해서 일까· 보육원에 입소된 그 아이도 걱정이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이처럼 버려지는 아이들, 버리는 여성이 있다는 것은 아이를 낳는다는 '출산'행위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 아이를 안 낳는 국가로 알려진 프랑스는, 1990년대 성평등정책, (어떤 아이라도) 책임지는 보육정책과 사회적 공동육아 등의 획기적인 정책으로 지난 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의 수)이 2.01명, 유럽 최고였다.

반면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해 1.24명으로 올해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저출산 정책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올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총급여 7천만원 이하 소득자가 결혼하면 1인당 50만원, 신혼부부에게 최고 100만원의 세금을 삭감해 준다고 한다. 정말 결혼을 장려하는 이러한 세액공제가 아이를 낳게 할 것인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기도 하지만,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기도 하고,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기도 한다는 현실을 알고는 있는가·

결국 여성들이 아이를 못/낳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는 최근 '대한민국출산지도'에 가임여성 인구수를 표기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243개 모든 지자체의 출산통계와 출산지원서비스를 국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출산지도를 구축 완료하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행정자치부의 야심찬 사업에서이다. 그러나 서비스 내용은 차지하고서라도 지자체 저출산 극복프로젝트라는 설명아래 가임여성수를 공개하고 있다는 것에 여성들은 분노했다. 저출산의 책임을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가정되는 가임여성, 즉 여성 개인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별로 큰 문제가 아닌 것을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또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입장도 있지만 이것이 바로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정책 방향이다. 정말로 출산을 결정하는 주체가 여성이라면 결혼, 연령, 장애, 이주민 여부 등과 관계없이 출산 시 지원만이 아니라 평소 여성의 건강 등을 고려하여 아이를 안전하게 임신, 출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임신한 줄도 몰랐다가 화장실 등에서 몰래 출산하거나 아이를 버리는 일이 없다.

또 여성이나 개별 가족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울 때 출산율이 높다. 그러면 더 이상 2015년 통계청의 자료처럼, 전체 기혼여성의 약 22퍼센트가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단절여성이 된다는 끔찍한 통계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아이 낳고 기르는 것을 여성 책임이라고 한다면 여성들은 출산 자체를 포기할지 모른다. 이것을 걱정해서 국가는 가임여성수를 표기하고 관리 하는 것인가· 어떤 출산이라도 유쾌하게! 받아들일 때 그리고 함께! 키울 준비를 시작할 때 저출산 문제는 해결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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