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봄, 눈물이 납니다

2017.03.16 13:38:16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꿈을 꾼 것 같습니다. 민들레, 산수유 꽃망울이 막 터지던 날 국정농단의 장본인이 탄핵 되었습니다.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번민과 고뇌에 찬 헌재의 판결은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헌법 재판관들의 민주수호에 대한 고뇌에 찬 결단은 참으로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습니다. 봄이 내 가슴에 벅차게 밀려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의 봄이 그리도 더디게 우리 가슴에 다가 왔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우리를 애태우게 하며 천천히 오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 같습니다. 몸 푼 강가에 출렁이는 바람이 환한 미소를 짓는 맑은 봄입니다.

2017년 3월 10일은 우리 역사상 중요한 결정의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쿠데타 이후 50여년의 세월을 제국의 울타리에서 군림해 온 공주가 비극적인 몰락을 했습니다. 숨기고 부인하며 끝내 헌재의 결정에 대해서도 승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뒷모습이 추할뿐입니다. 자기가 무엇을 잘 못했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쌍합니다. 태극기가 쓰레기통에서 구겨진 채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헌법은 국가의 존립기반이고 국민은 그 힘의 원천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가 지켜내야 할 존엄한 가치입니다. 헌법 제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가슴 떨리게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촛불의 함성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을 알리고 있습니다. 촛불은 우리 모두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자 노력한 것이고 그리고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인한 것입니다.

촛불이 만들어낸 탄핵심판의 봄입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탄핵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서 보았습니다. 또한 이는 헌법을 지키고 수호하려는 세력과 이를 농단하는 세력과의 싸움으로 탄핵국면을 진단하였습니다. 촛불과 태극기는 결코 이념의 잣대로 매도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불어 이것에 의탁해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모리배들에게 더 이상의 기회를 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대한민국이고 태극기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국민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 할 말만하고 돌아서버립니다. 말이 통하지 않지요.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인정하지 않은 채 극단적 화살들을 당기고 있지요. 민주주의의 본뜻은 서로에 대한 인정과 존중인데 이러한 모습들이 많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자신들의 비민주적인 모습에는 아주 너그럽습니다. 다양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생각과 그 실천은 지독하게도 닫혀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가 갖는 비민주적이고 독재적인 요소들에 대해서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엄한 채찍을 들어야 하지요. 그것이 이번 촛불의 역사를 꺼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꽃샘추위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아픕니다. 이 아픈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생채기가 빨간 꽃망울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희망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혹독한 추위가 지나야 봄이 옵니다. 민주주의의 봄은 아픈 생채기 속에 서 속살 되어 나옵니다. 가슴 뻐근하게 삶의 희망이 넘쳐나는 광장의 꽃들을 봅니다. 이제는 서로의 생채기를 감싸주고 따뜻한 햇살을 만끽해야 합니다. 그래야 봄이지요. 민주주의가 꽃이 되어 피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봄,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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