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금의 절기밥상 - 제호탕과 차륜병

백성을 챙기는 음식

2017.06.04 13:28:01

매화와 매실

ⓒ이효선
[충북일보] 음력 5월 5일은 단오, 우리민족의 4대 명절로 백성들은 크게 한바탕 놀이를 즐기는 날이다. 여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며 남자는 씨름으로 힘자랑을 한다. 임금님께서는 직접 연로한 신하를 챙기는 날이기도 하다. 내의원에서 만든 제호탕(醍醐湯)을 임금님께 진상하면 이것을 기로소(耆老所: 조선시대 정이품 이상의 벼슬을 하고 70세가 넘은 원로들이 머무는 곳)에 하사한다. 여름을 건강하게 잘 나기를 기원하는 노인 공경 의미가 담긴 하사품이다. 그런데 하구 많은 약 중에서 제호탕을 하사품으로 내리는지 궁금하다.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제호탕은 서열(暑熱: 심한 더위)을 풀고 번갈(煩渴: 열이 나며 목이 마르는 증상)을 그치게 하고 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더운 여름철 흔히 걸리는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다. 다시 말해 면역력이 약한 노인께 꼭 필요한 약인 것이다.

제호탕

ⓒ이효선
제호탕의 주재료는 오매(烏梅: 덜 익은 매실을 검께 말린 것)이다. 오매를 직접 만들기 위해 청주시 가덕면 조아농장으로 매실을 따러 갔다. 산길을 따라 오르는 길, 언제 익었지 앵두가 빨갛다. 여러 알을 한 번에 입 안 가득 넣었다. 새콤한 맛이 다. 산딸기를 입술이 붉어지도록 따먹으며 산꼭대기에 올랐다. 파란 하늘이 시원하다. 3년 전 산을 개간하여 1천 그루의 매실나무를 심은 농장주는 올해 첫 수확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매실나무의 키는 작지만 열매는 튼실하고 탐스럽다. 오매는 덜 익은 풋 매실을 수확하여 만든다. 5월의 태양의 열기는 뜨겁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등에는 땀이 줄줄 흐른다. 가끔 불어오는 산바람이 매실 따는 아낙네의 땀방울을 씻어 준다.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이다.

청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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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글탱글한 매실을 찬물에 씻어 건졌다. 매실의 씨를 빼기 시작, "요즘은 편리하게 매실 씨 빼는 전용 작두가 나왔어요. 딱~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날 때까지 힘을 주어서 눌러 주면 돼요." 손에 힘을 주어 꾸욱~ 누르니 딱~하는 소리와 함께 과육과 씨가 분리된다. 반복되는 작업에 슬슬 지루함이 몰려온다. 이럴 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야 한다. "제 별명이 왜 '지장금'인지 아세요· 궁중음식을 공부하던 시절 제호탕 맛에 반해 제호탕을 연구해 조리학 박사를 받았지요. 이후로 약이 되는 음식을 공부해 보겠노라고 한의대에 가서 한의학 박사학위까지 땄지 뭐예요. 그땐 정말 미쳤던 것 같아요" "뭐든 미칠 때가 즐겁죠! 저도 전통음식 빠져 살잖아요. 그렇게 미쳤으니 오늘의 모습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최순자 선생님은 전통음식 연구가로 예쁜 꽃 떡을 만들기로 유명한 분이다. "요즘이야 과육을 건조기에 3일간 말리면 오매가 되지만 옛날엔 부뚜막에서 말리기도 하고, 짚불에 그을려 말리기도 했었다고 해요"

제호탕 만들기는 먼저 오매600g, 초과37.5g, 백단향18.7g, 축사18.7g를 가루로 만든다. 여기에 꿀3kg을 넣어 한약재와 고루 섞어 항아리에 담는다. 그리고 연고 상태가 될 때까지 은근한 불로 12시간 중탕한다. 제호탕이 고아지는 동안 수리취떡도 만들기로 했다. 일명 떡취, 수리취을 삶아 쌀가루에 넣어 반죽한다.

차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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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주어서 오래 치대야 쫄깃쫄깃해요" 팔에 힘을 주어 떡 반죽을 이리저리 주무른다. "전통음식은 쉬운 게 한 가지도 없어요." "맞아요! 음식은 정성이 들어가야 맛이 나죠." 반죽을 떼어 동글납작하게 빚은 후 수레바퀴모양의 떡살을 힘껏 찍었다. "수레바퀴 모양의 떡이라는 뜻으로 '차륜병'이라고 불러요." 김이 오른 찜통에 20~30분 푹 찌니 떡은 짙은 녹색으로 변했다. 어느덧 제호탕도 완성이다. "어머~제호탕에서 윤이 반짝반짝 나요" "그래야 잘 된 거예요. 이렇게 만들어 두면 1년이든 2년이든 끝 떡~ 없어요.

제호탕을 찬물에 타고 얼음도 동동 띄웠다. "달콤하고 속까지 시원해요!" 한약냄새가 나지만 싫지 않은 향이다. 수리취떡도 냉큼 한입, "어머 쫄낏하고 향기로워요!" "단오에 궁중에서 즐기던 제호탕과 차륜병을 먹으니 올 여름은 건강하게 지낼 것 같은 예감이에요"

양기가 가득한 단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조선의 임금처럼 백성을 손수 챙기는 자상한 분이되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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