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약과 돌발 상황

2017.06.07 14:04:12

장화온

MBA J&B 교육컨설팅 대표이사

좀처럼 급하지 않으면 이른 시간에 연락을 하지 않는 친구로부터 오는 톡은 열기가 두렵다.

생각처럼 딱 들어맞는 소식은 슬픔이다.

나이 50을 넘기면서 받아 들여야 하는 부모에 대한 안 좋은 소식들이다.

이러한 소식은 필연적으로 오래전에 약속된 것들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오래전 약속된 것을 취소하기가 어려운 거라면 더욱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번 징검다리 연휴 중에도 어김없이 선택의 국면은 왔다.

선약은 오랫동안 가지지 못했던 낮선 분들과의 힐링의 시간을 갖는 것이고, 돌발 상황은 오래된 친구의 어머님 소천이다.

당연히 친구 어머님 조문에 참석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힐링 시간을 갖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 선택 자체가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친분관계가 깊지 않은 사람들과의 약속연기가 오래된 친구의 양해를 구하는 것보다 훨씬 신중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런 데로 밤늦게 친구 어머님의 조문을 마치고선 발인에 못가는 점에 대해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고 선약장소로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문제는 나의 마음의 불편함이다.

오고 가는 시간은 물론이고, 힐링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지낸 모든 프로그램이 마음속 무거운 짐으로 인하여 엉망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나의 연약한 결단력 부족으로 돌리기엔 상황인식과 예의에 관한 내 기준을 정리하는 것이

다른 분들의 평안을 위하여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약이 내게 무슨 의미일까·

선약은 물론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분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선약이행이라면 당연히 취소되어야 한다.

내 자신의 약속이행의 뿌듯함 하나를(교만된 행동) 위하여 하루 종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면 그 약속이행은 자기만족 이외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선약을 이행하든 돌발 상황에 대처하든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것을 이행함으로써 상대편이 받을 불편함이 기준이 되어야할 것이다.

장례식참석과 여행은 공유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물론 두 가지를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는 카멜레온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현시대에 가장 좋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그러한 상황에서 완벽한 처신을 하기 힘들다.

이 경우 대부분 무엇이 내게 가장 편안함을(혹은 이득) 줄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행동한다.

난 결정했던 것이다.

밤에 친구의 조문을 하고 새벽 일찍 선약을 이행하는 것이 내게 가장 큰 즐거움이요,

친구의 신뢰도 얻고 , 친분관계가 소원한 여행팀들에게도 약속을 잘 지키는 훌륭한 동반자의 영예를 얻는 이득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정말 내가 그 상황에서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선택을 한 것일까·

아니다.

난 조문을 한 친구에게나, 여행을 한 지인들 모두에게 마이너스 기쁨을 주었다는 걸 간과한 것이다.

친구는 설마 30년을 함께한 친구가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발인까지는 최소한 동행하여 내 슬픔의 많은 부분을 나눈다는 그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한편 여행을 하는 지기들에게는 불편한 얼굴표정을 보임으로써 그들이 여행에서 가져올 힐링의 많은 부분을 앗아간 것이다.

만약 다음번에 똑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결정을 또 할지 모르지만,

표정을 변화시킬 능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다음번에는 선약포기를 하는 게 모두에게 득일 거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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