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헤어짐

2017.07.12 13:39:40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인생은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해서 이별로 끝이 난다고 했다. 혜민스님은 좋은 인연이란 "삶을 가로 지르는 무수한 인연들 중에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니라 끝이 좋은 인연이 참으로 좋은 인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최초의 사회인 가족과 함께하게 되며, 성장하면서 점점 작은 사회에서 큰 사회로 나가게 된다. 먼저 친구를 사귀고, 학교를 거쳐 회사나 사회단체 등에서 서로 어울리며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인간은 한시도 집단을 떠나서 성장할 수 없으며, 집단속에서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따라서 사람의 만남은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35년을 근무하던 직장에서 벗어나 1년간의 공로 연수를 마치고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1년을 쉬면서 예견했던 상황이기는 하나, 아직도 마음은 직장생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나사가 빠진 사람처럼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린 느낌, 감당하기 어려운 허전함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다. 물론 직장이라는 틀에서 필연적으로 꼭 만나야 했던 사람들이지만 하나하나 모든 사람들의 오늘 일이 궁금하다. 그러나 사람은 안보면 잊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이 진리이리라. 집에서 있는 동안 처음에는 자주 전화도 오고 연락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을 하느라고 한나절 전화를 집에 두고 나가도 전화 한통 오는 것이 없다.

불가에서는 사람의 만남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스쳐지는 것이 아니고 필연적으로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또한 겁이라 하여 오랜 시간이 지나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반석겁이라 하여 1겁이라는 시간은 사방 40리의 바위 돌을 백년에 한 번씩 닦아서 없어지는 시간, 집채 만 한 돌이 낙수 물에 뚫려지는 시간으로 표현하였다. 범천계의 하루라고 하여 인간 세계의 시간으로 4억3천2백년을 1겁이라고도 하였다. 그리고 사람의 옷깃이 스칠 인연은 5백겁, 한나라에서 태어날 인연 1천겁, 한동네에서 태어날 인연을 5,000겁, 부부가 될 인연은 7천겁, 형제자매가 될 인연은 8천겁이라고 했다. 한 직장에서 만나 근무 하게 될 인연은 5천겁의 인연은 넘는 것 같다. 감히 생각만 하여도 한없는 시간,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나긴 시간 만에 만남이다. 부처님의 말씀으로 생각하면 한 직장에서의 인연은 그야말로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었는지 모른다.

인간은 항상 설레임으로 만나서 아쉬움으로 헤어지는 존재다. 만남이 좋은 인연일수록 헤어짐의 아픔도 큰 법이다. 영화 '안녕 헤이즐,에서 암환자 모임에서 만나 사랑의 의미를 알고 헤어짐을 담담히 준비하는 젊은 날의 주인공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우리는 사람들과 헤어짐에서 그 동안 소홀히 하고 지나쳐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게 한다. 그리고 주마등처럼 스치는 기억에 웃음 지을 수 있으면 그로 만족한다.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각오를 다져 본다. 어느 화가의 전시회명 '재생의 정원'이 떠오른다.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꽃송이와 추운 겨울을 견디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처럼 자연은 순환과 극복의 의미를 갖는다. 포기하지 않고 순환하는 정신, 이 길고 담대한 정신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있지 말아야할 정신이다. 나의 삶에서 재생은 의지이며 끝없는 노력이다"(황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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