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헌법을 수호하는가

2017.07.17 13:24:46

신동학

충북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곳곳이 난리다. 20여년 만이라는 폭우로 도로가 물에 잠기고 정전, 단수로 시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물에 잠긴 가재도구를 문밖에 내놓고 하염없이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이 안쓰럽기만 하다. 애써 키운 농작물이 휩쓸려간 곳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농부의 심정은 어떠할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가 시끄러워진지 오래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권력층들의 부정과 비리로 잠잠할 틈이 없다. 법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이나 권력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폐해는 재앙에 가깝다.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지만 권력으로 인한 재앙은 그렇지 않다. 그 재앙은 자연재해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나타난다. 국민의 혈세를 엉뚱한 곳에 쏟아 붓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아마 그 돈이면 이번 재해를 복구하고도 남을 것이다. 자연재해는 국가가 어느 정도 보상하지만 권력형 비리로 인한 피해는 누가 보상하지도 않는다. 보상은커녕 빠져나가려고 온갖 법과 또 다른 권력을 동원한다.

어제는 제69주년 제헌절이었다. 헌법 정신을 지키고 국민을 위한 헌법으로 만들겠다는 등등의 얘기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긴 아는 모양이다. 하긴 이 이야기대로라면 국민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는 그런 나라가 진작 되었을 것이다.

개헌에 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 지정하는 법안도 발의 되었다. 헌법 수호 의지를 다지고 국민의 휴식권 보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마치 공휴일이 아니어서 국민들의 헌법수호 의지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

개헌도 필요하고 국민의 휴식권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헌법정신을 지키려는 의지다. 헌법은 국리민복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 사항을 정한 최고 규범이다. 따라서 헌법정신을 지킨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헌법에 정한 규범을 따르고, 헌법에 따라 제정된 법령을 지키는 것이다. 그럴 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 국가가 될 것이다.

그런데 누가 헌법을 지키지 않는가· 바로 권력을 쥔 자들이다. 그들은 문제를 일으켜놓고 사회문제화 되면 반성하겠다며 머리를 조아리지만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한다. 그들은 필요할 때마다 국민을 들먹이면서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내 잠잠해지고, 더 이상 관심도 갖지 않으며 잊어버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민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개헌을 한다고 없던 헌법정신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제헌절을 공휴일로 만들어서 헌법정신이 지켜진다면야 열흘이라도 아깝지 않겠지만 그런다고 살아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평등과 공정, 정의를 구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다만 국법질서를 농단하는 힘 있는 자들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다. 자신들만 잘 지키면 굳이 헌법수호 운운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자신을 탄압했던 백인들에 대해 '잊지는 않지만 용서 한다'고 했지만 권력층의 비리는 잊지도 용서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잊으면 그 피해를 우리가 고스란히 뒤집어쓰기 때문이다. 권력으로 인한 재해가 자연재해보다 훨씬 크고 무섭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헌법을 수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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