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휴가(休暇)여행

2017.07.17 13:26:34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오랜 가뭄에 불볕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는 날씨인데 처가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는 마음이 들떠 있음이 역력히 보였다. 지난해는 평창 동계올림픽 공사가 한창인 인근 숲속 펜션에서 2박 3일 휴가를 함께 하면서 내년엔 제주도를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냥 흘리는 말이 아니었다. 막내처남이 제주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제주도를 다녀 온지 몇 해가 되어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간 여자들이 매달 회비를 모아 여행비도 마련했다고 하였다. 충주에 사는 우리는 청주공항을 이용하기 위해 항공권을 예약했다. 손아래 네 명의 처남들 내외와 함께 김포공항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주말이 되어버린 금요일 오전 아침비행기로 제주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는 금요일 오전에 강의가 있어서 2시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임시주차장까지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로 여행객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내는 점심이 부실하다며 빵과 커피를 먹자고 했다. 친정동생들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며 해외여행 때보다도 마음이 설레는 것 같았다. 이런 현상을 보고'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 하는 것 같다. 창가 자리에 앉아 아름다운 해안과 녹색들판을 바라보며 동생들과 2박 3일을 보낼 기대감에 젖어있는 듯했다. 검푸른 바다 위를 선회하다가 한 시간 만에 제주공항에 내려앉았다. 아침에 도착하여 한림공원을 관광하고 공항으로 오는 길이라고 했다. 모두 10명이 렌터카 한 대로 공항을 빠져나가 산방산을 향했다. 불교집안 이라서 산방산 보문사를 보고 계단을 올라 산방굴사까지 올라가서 시원한 약수 한잔을 마시니 속이 시원했다. 저녁은 제주흑돼지고기를 먹고 절물휴양림 숙소로 들어갔다. 전에 한번 다녀간 곳으로 삼나무 숲이 유명하다. 수련시설로 사용하는 큰 방 한 칸에서 막내의 남매까지 12명이서 1박을 하였다. 숲속이라 아침공기가 매우 상쾌하였다. 일행 중 반은 한라산 등반에 나섰고, 남은 반은 시내관광을 하였다. 빗방울이 떨어서 실내에서 볼 수 있는 서커스를 보러갔다. 희미한 조명 아래서 아슬아슬한 묘기를 연출하는 모습을 보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얼마나 혹독한 연습과 훈련과정을 거쳤기에 저런 묘기가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철로 만든 원형 돔 속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묘기는 가슴을 조이게 하였다. 한 대로 시작한 오토바이가 여섯 대까지 들어가 가득한 좁은 공간에서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묘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주었다. 서커스가 끝나고 나올 때 공연자가 모두 나와 손을 흔들어 주는데 너무 어린아이들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오후엔 서귀포로 넘어가서 이중섭 미술거리를 돌아보았다. 정방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더위와 스트레스를 날렸다. 저녁은 유명하다는 횟집에서 푸짐한 음식으로 만찬을 즐겼다. 술이 거나하면 가는 곳이 노래방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노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숙소로 들어오니 12시가 넘었다. 숙소에 와서도 한잔 더 하자며 흥을 가라앉히지 못하였다. 마지막 날 오전관광은 절물휴양림 삼나무 숲길을 걷고 산림휴양 시설을 둘러보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였다. 점심은 제주도에 왔으니 말고기를 먹어보자는 둘째 처남의 강력한 주장으로 말고기를 먹었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돌솥 비빔밥을 먹었다. 처가 가족들이 함께 해준 고마움에 작은 보답으로 점심을 내가 사니 아내도 좋아했다. 내년에는 해외여행을 가자는 의견으로 이른 여름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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