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동문들의 추억을 앗아간 교육감

2017.07.19 14:06:13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충주중학교 구 강당을 헐어버렸다. 충주중 구 강당은 무려 13년간 보존과 철거로 적잖게 이견이 이어져오다가 며칠 전 지나다 보니 철거하고 급식소를 확장한 것으로 보였다. 와락 화가 끓어오르는 걸 주체하기 힘들었다. 쌍 문자를 빌어 한 마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건물은 충주중을 졸업한 3만 가까운 동문들 추억 속에 자리한 건물로 건축연령 70년이 넘은 근대사 유물유적의 하나다. 내무행정은 근대사 유물유적 보존사업 중인데 정부사업조차 부서별로 엇박자다.

당시 동문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기념관을 짓자는 둥 사회적인 관심이 상당했던 터라 그 강당을 조금만 손질해 학교 역사관으로 조성하면 일거양득임도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필자가 2004년 모교에 부임하자 일부 일반직들의 철거하자는 제안을 필자는 강력하게 보존으로 피력했었다. 철거 폐기행위는 도둑보다 더 나쁜 행위다. 차라리 도둑이 가져간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나 불태우거나 헐어버리는 것은 지구상에서 없어지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쁜 소문만 퍼지는 게 아니다. 좋은 소식을 전해 들어 반갑다며 당시 70대 중반의 충주중 7회 어르신 네 분이 필자를 격려차 방문했었다.

건축물에 관한 문외한이나 그 건물은 단층으로, 항간의 말을 빌면 뼈다귀집이라 안전에는 별문제 없다. 다만 한 곳 우루만 막으면 됐다. 필자가 업자를 통해 견적도 내보았는데 약 15여 년 전 신소재로 나온 칼라강판으로 지붕만 교체하면 별 탈 없겠다며 소요비용은 1,920만 원이었다.

당시 이기용 교육감에게 동문회를 통해 건의하자 이 전 교육감은 신축강당 준공식상에서 공개적으로 구 강당을 보존하겠다고 언약까지 했다.

세상사 어느 것일지라도 유형무형의 의미를 지니기 마련이다. 필자가 정년퇴임 후에도 두어 번 교육감 앞으로 진정서도 냈었으나 최소한 답장 하나 없었다. 평생을 교단에 섰던 교육동지로서의 인연만으로도 답변서 한 장 없다니 교육감의 지체가 높아서 퇴임한 교원을 무시하는 것인지 섭섭했다.

꼭 하고 싶은 말은 무려 15년 세월 동안 강당존폐를 끌어온 것이 필자가 두려워서도 아닐진대, 강당철거가 마뜩치 않았다는 건 관계자들 모두가 딱히 철거하기에 의미를 두지 못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급식소가 갑자기 협소해졌을 리 만무다. 근간 학생 수가 한 명이라도 줄어들고 있는데 웬 급식소 확장인가. 구 강당의 중요성조차 진정 몰랐단 말인가· 만약 개인 소유의 건물이었대도 철거가 먼저였겠나·

공직자가 정당하고 떳떳하다면 어떤 사업도 굳이 누구 눈치를 살필 필요가 뭐며, 왜 그간 질질 끌어오다가 사람 바뀌었다고 밀어 부쳐버리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비굴하고 비겁하게 일을 처리하나.

전임은 허언을 했다. 공직자의 기망은 국민들에게 결코 신뢰를 잃고 마는 지극히 그릇된 망동망언이 된다. 현임은 전임의 일은 무조건 무시해 버렸거나 모른다고 할 수 있나· 교육감도 사람이니까 모든 걸 챙길 수는 없겠다만 보좌진들의 졸속판단에 의한 보필 부재로 판단돼 퍽 유감스럽다.

기원 전 100년 로마 키케로의 고언이 떠오른다. '절약은 가장 큰 생산이다.' 교육감 명의의 학교건축물이라고 맘대로 철거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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