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의 오류 재생산 막아야

2017.07.20 14:11:46

[충북일보]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강행은 판단 오류에 의한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결국 조기 귀국키로 했다. 작은 일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큰 화를 불러오는 지 제대로 보여줬다.

충북지역엔 지난 16일 22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인명피해와 함께 수백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민들은 실의에 빠져 있다. 충북도 등 지자체와 각 기관단체 자원봉사자들은 긴급 복구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이 지난 18일 8박10일 일정으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도민들의 비난은 거셌다. 도내 곳곳에 산재한 수해 현장을 뒤로 하고 외유성 연수를 떠났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수해 직후 특별재난지역선포를 촉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행문위 위원들은 다음날 해외연수를 떠났다. 도민들은 도의회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에 분노했다. 전형적인 생색내기에 혀를 찼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내고 무책임한 도의원의 행태를 지적했다. 충북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도의회의 존재 이유를 물으며 해당 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해당 의원들의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도의회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지금도 거세다. 가뜩이나 청주시와 충북도 등 자치단체의 위기대응능력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제때 제대로 대응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와중에 떠난 외유여서 비난의 강도가 더 세다.

도의회의 역할 중 하나가 지자체에 대한 관리·감독이다. 그런데 재난 상황에서 이런 기본적인 책무를 방기했다. 자치단체의 재난대응 문제점을 확인하거나 분석하지도 못했다. 재난에 대응하기는커녕 외유를 감행했다.

도의회의 이번 연수 강행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예약 취소의 어려움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저 어처구니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팔 걷고 수해복구현장으로 갔어야 할 도의원들이 외유를 갔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물론 외유에 참여했던 도의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게다. 파장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 예상치도 못했을 게다. 판단의 오류가 이렇게 큰 화를 부를지 정말 몰랐을 게다. 그렇다고 반성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판단의 오류는 종종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픈 결과를 초래한다.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새겨 반면교사로 삼으면 기회가 될 수 있다. 잘못을 빌고 잘못을 회복할 길을 찾아야 한다.

사람의 판단은 종종 불합리할 때가 많다. 사회심리학에서 그동안 얻어진 많은 연구의 결과들을 봐도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많은 연구에서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실수도 많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보통 불확실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예측과 판단을 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늘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보의 한계, 선입견과 편견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잘못 예측하고 판단하기 일쑤다.

도의회의 이번 판단도 그렇게 보인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본분에 더 충실해야 한다. 해당 의원들은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야 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일은 누가 봐도 판단 오류다. 도의원은 도민의 마음을 보는데 철저해야 한다. 그런 눈을 가져야 한다. 오류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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