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화원

2017.07.23 14:49:49

신종석

숲 해설가

천상의 화원 곰배령으로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그곳에 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혼자가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고 여럿이 가려니 시간이 맞지 않았다. 단체로 가려니 예약이 어려웠기에 벼르고 벼르다 삼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천상의 화원에 이르는 길에 나섰다. 그곳에 가려면 일단은 산림청에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 하루에 300명 그것도 컴퓨터 앞에서 순간적으로 클릭을 잘해야 가능하다.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그것이 쉽지 않다. 약삭빠른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실패를 거듭하면서 영영 천상의 화원은 볼 수 없는 줄 알았다. 다행히 숲해설가협회 산하 생태산악회에 편승하여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천상의 화원으로 가는 티켓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점봉산에 위치한 곰배령은 인제군 귀둔리 곰배마을에서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설피마을을 넘나들던 고개이다. 화전을 일구고 살던 사람들과 세상을 등지고 숨어살던 사람들이 전부인 첩첩산골 오지 중에 오지인 곰배령이 오지탐험가들의 입소문에 의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관심을 가지고 점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산림청에서 보호구역으로 지정을 하였고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 되었다고 한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곰배령은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남북방한계선이 교차하며, 남북방계 식물이 모두 자라는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점봉산과 곰배령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약 20%인 854종의 식물과 84종의 조류, 포유류가 서식하는 국내 최고의 보존가치를 지닌 산림이다. 탐방객은 하루에 600명으로 제한을 하였는데 300명은 인터넷 예약 나머지300명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곰배령에 생활 근거지를 둔 민박집에 할당하여 주고 있다. 주민스스로 자연보호의 지킴이가 되고 산림을 관리 할 수 있도록 유도 하고 있는 모습이 미래 탐방문화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는 좋은 예인 것 같았다.

탐방 허가증을 받아들고 곰배령에 오르는 우리는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된 자연 앞에서 마음마저 숙연해 졌다. 서두르지 않기, 천천히 걷기, 자연과 교감하기, 발자국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다짐하듯 우리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천상의 화원을 향해 걸었다. 군데군데 피어 있는 터리풀, 눈빛승마, 노루오줌, 꿀풀, 기린초, 쥐오줌풀, 미나리아재비등 정겨운 그들에게 눈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르는 길은 완만하여 잠깐의 전나무 숲을 지나자 고대 식물 양치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점봉산의 숲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는 보이지 않고 식물의 천이과정에서 가장 마지막단계인 극상림인 활엽수가 안정적인 상태로 잘 자라고 있었다. 곰배령 정상에 다다르자 바람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5만평의 드넓은 초지가 가슴가득 바람의 파도를 안겨준다. 시원하고 청량하다. 폭염의 여름을 한방에 날려 보내는 상쾌 통쾌한 이 맛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쉽다. 곰배령에 대하여 많은 설화나 구전이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그중 마음에 닺는 이야기는 이것이다. 곰배령은 원래 하늘이 지배하는 천국의 것이었다고 한다. 갖가지 꽃과 동물 나무들이 너무 아름다워 땅이 탐내자 잠시 빌려 주었다고 한다. 그 후 하늘이 다시 찾아가려고 하자 그곳에서 아름다운 화원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던 곰이 내놓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고 한다. 그래도 다시 하늘이 내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자 곰은 그만 하늘을 향해 벌렁 누워버렸다고 한다. 몇날 며칠을 싸우다가 하늘이 하는 수 없이 곰에게 주었다는 이야기다. 천상의 화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곰이 배를 하늘을 향해 지금도 누워 있는 곳에 하늘과 땅이 함께 가꾼 화원은 아름답다. 우리를 초대해준 하늘과 바람 그리고 땅 그곳을 지키는 주민께 감사하다. 천상의 화원을 오랫동안 눈과 귀와 마음에 담고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다음에 또 초대 받기를 바라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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