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
백서 박관희
충북시인협회
아버지 여행 떠난 뒤
마루 밑에 떨어진 검정 고무신
문수도 모른 채 헤어지고 다 닳은 뒤꿈치
문득 가슴은 찡하고
복받쳐 흐르는 뭉클함에
눈시울 뜨겁고
자식들 신발은 남에게 내 모습 보이기 싫어
끈으로 매어진 운동화로 꼼꼼하고 자상하게 챙기셨다
아버지는 농부로서
아무려면 어떠한가, 고집하시고 말씀하시던
가냘프고 따듯한 그 목소리
가슴 아파 저미어온다
이제사 느끼고 기억하면 무슨 소용 있으련만
그때의 아버지 모습 그리운 검정 고무신 사연
가슴속 깊은 우물에 소리 없이 울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