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검정 고무신

2019.04.03 19:00:00

검정 고무신
                         백서 박관희
                         충북시인협회

아버지 여행 떠난 뒤
마루 밑에 떨어진 검정 고무신
문수도 모른 채 헤어지고 다 닳은 뒤꿈치

문득 가슴은 찡하고
복받쳐 흐르는 뭉클함에
눈시울 뜨겁고
자식들 신발은 남에게 내 모습 보이기 싫어
끈으로 매어진 운동화로 꼼꼼하고 자상하게 챙기셨다

아버지는 농부로서
아무려면 어떠한가, 고집하시고 말씀하시던
가냘프고 따듯한 그 목소리
가슴 아파 저미어온다

이제사 느끼고 기억하면 무슨 소용 있으련만
그때의 아버지 모습 그리운 검정 고무신 사연
가슴속 깊은 우물에 소리 없이 울먹인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