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제한속도

2019.04.14 19:00:00

제한속도
           강정화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걸음마 시절 천천히 한 걸음씩 떼라고
느려도 서두르지 말라고
넘어질세라 두 손 벌리고 기다리던 어머니
운동회 신호탄 울리는 출발점에서
무턱대고 달리기만하면
결승점에서 박수를 받는 중 알았네
도대체 친숙해지지 않는 느림의 철학
그 낯선 풍경에 던져진
유년의 제한 속도를 잊어버린 허수아비여
느림의 주문 잊어버린 채
한평생 서두르며 달리다가
햇살 빗겨간 어둠에 당도하고서야
제동장치 버려진 시간의 그림자를 보았네
이 서늘한 한기는 뒤처지는 것을 무서워한
삐뚤어진 생각의 작은 버릇 때문이라고
내 안의 느린 속도 들여다보지 못하고
칭얼거리며 재촉하던 시간에 끌려
느림의 백신호 유효기간을 놓쳐버린 탓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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