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옥배
충북시인협회
나는 산 메아리예요.
아무리 연습을 하여도
아기도 아니건만 걸을 수가 없어요.
혼자서 말하기는 더욱 못하고요
저기 저 산과 손잡고 싶어
가능한 소리를 길게 만들어 보내고
내게 오는 말에 꼭-꼭 대답은 하여도
도무지 만날 수가 없어요.
눈보라치는 겨울나무의 정상과
눈이 시리도록 보고 또 보는 단풍
산 아래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과
진달래꽃 붉은 봄의 길목에 서서
나는 오늘도, 단지 똑똑하게 들었다가
되돌려 보내 줄 연습을 합니다.
불평불만은 잊은 지 오래
두 귀를 산 이슬에 씻으며
제자리 지키기, 오로지 잘 듣는 연습을 합니다.
내일 찾아줄 그 누군가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