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린 술이 반이다
이혜선
한국 문인협회 부이사장
그 인사동 포장마차 술자리의 화두는
'흘린 술이 반이다'
연속극을 보며 훌쩍이는 내 눈,턱 밑에 와서
"우리 애기 또 우네"일삼아 놀리던 그이
요즘 들어 누가 슬픈 애기만 해도
그이가 먼저 눈물 그렁그렁
오늘도 퇴근길에 라디오를 들으며 한참 울다가 서둘러 왔다는 그이
새끼제비 날아간 저녁밥상, 마주 앉은 희끗한 머리칼
둘이 서로 측은히 건네다 본다
흘린 술이 반이기 때문일까
함께 마셔야 할 술이 반쯤 남았다고
믿고 싶은 눈짓일까, 안 보이는 생명의 술병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