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빛이시여

2019.06.02 19:00:00

빛이시여
                         김민정
                         전 여백문학회장

빛이시여
눈을 뜨소서

눈을 뜨고
잿빛 연막을 모두 거두어가소서
당신이 눈 뜨면
화려한 연주가 시작 되어요
화전 밭 발자국마다
감자 꽃이 가득 차올라요

살며시 눈을 뜨소서
푸르른 지난날
가슴 쓰이는 기억도
티 없이 물같이 거두어가소서
흩어지는 시간도
사그라지는 것들도
사랑하게 해 주소서


빛이시여
노여워 마소서
실바람 같은 숨결
날카로운 창끝 같은 여유
모두 말라 버릴 테니까요

잠들지 마소서
눈 감으면
세상은 온통 허상으로 삐걱거려요

빛이시여
내일 또 오시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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