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아버지의 신발

2019.06.20 20:00:00

아버지의 신발
                         수암 오영임
                         충북시인협회

촉촉한 안개꽃 소곤소곤
새벽을 여는 유월
탱글탱글 달콤한 오디가 그리워
발걸음 재촉한 밭둑에
누가 벗어놓았나
무겁게 허물어진 저 신발

한발 두발 다가서자 화들짝 쿵
번개치는 내 가슴 속에
도둑처럼 자라던 철부지의 혹이
양심의 총에 맞아 무너진다

뽕나무에 올라 후드득후드득
누에 밥을 따느라
삼매경에 내 기척도 모르시고
홀로 이슬에 흠뻑 젖은
내 아버지 초췌한 모습은
네가 그 자리 나무로 선 지금도
옷소매가 젖어 든다.

그날 천만근 쏟아지는 불효는
강물로 흐르고 흘러
유월이 오면
검붉은 오디로 흐느끼고
실록으로 풍요로운 시절이건만
큰 정자나무 그늘이 몹시 그립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