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걸인

2019.06.23 19:00:00

걸인
                          서부련
                         충북시인협회

나는 걸인입니다.
그러나 원래부터 걸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영롱하던 내 눈빛은 맥이 풀리고
온갖 보화로 가득 차 있던 내 가슴은
손 털고 일어서는 투전판의 노름꾼인 냥
한 순간에 텅 비었습니다.

그 날부터 나는 걸인이 되었습니다.
오만과 자존의 대명사였던 내가
이제는, 그대에게 측은하게 보일 궁리만하여
동전 한 닢 같은 그러나 천금보다 귀한
그대의 마음 부스러기라도 주워 담으려는
걸인이 되었습니다.

다른 걸인은
따뜻하고 번화한 거리에 서 있지만
나는 춥고 그늘진 곳만 골라
추수가 끝난 빈 들녘에 허수아비처럼
텅 빈 거리에 서있습니다.
그 것은 내가 바보라서가 아니라
그대의 시선을 끌기에 더 좋은 까닭입니다.

그대의 미풍 같은 한 마디가
내게는 태풍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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