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小滿 무렵

2019.06.24 19:00:00

小滿 무렵
                               박찬승
                              충북시인협회

아버지께서는 소만 무렵
중고개 소작하는 산전 밭에 계셨습니다
돌자갈 달각거리는 밭에서
흙먼지 이는 이랑에 수수 씨를 붙이시다
당신 등골타고 내리던 땀줄기가
홑적삼을 흠뻑 적실 때에야
님께선 백조담배 곰방대에 끼워 입에 물고
밭가 솔 그늘을 찾아 긴 가뭄 이글대는
햇살을 보는 모습에서
흙 절은 얼굴에 그늘이 지워집니다

아버지가 심는 수수는 특별합니다
수수떡 수수부꾸니를 반기실
할머님의 웃음이 머리에 그려지기에
초롱초롱 삼형제 생일상에
달게 먹는 입들이 보이기에
아버지 힘겨운 더위도 이기셨을 겁니다
숲속에서
뻐꾸기가 청량하게 울어 제칩니다
아버지는 혼자말로
"뻐꾸기 목 트이면 참깨 씨 넣기 늦다는데"
아버지의 내일 일정은
참깨 씨를 양개울 둑 밭에 푸실테지요

아버지 천상에선 힘든 일 놓고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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